직장 생활에 염증을 내지 않는 친구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만, 나의 엑스보이프렌드는 유독 직장생활을 힘들어했다. 워낙에 자유롭게 살려고 인생을 준비해 오던 사람이었으나 삶에 치여 직장을 다니게 된 경우여서 아마 유독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친구는 입버릇처럼 자신은 "주부가 꿈"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집에서 요리하고 살림하면서 책을 읽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내가 그렇게 살면 심심해지지 않을까, 야망 없이 살 수 있겠냐고 하면 날더러 니가 성장하는걸 보면, 니가 위대해지는 것에 자신이 헌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며, 나에게 감동적인 모든 멘트는 ""내가 네 등에 날개를 달아줄게로"" 시작하곤 했었다. 내가 진짜로 똑똑(?)해서인지 -_-; 운도 좋고 복도 많아 인생에 좋은 남자..
어제는 지구군과 지구당에 갔더랬습니다. 지구당은 소문대로 깔끔한 일본식 규동집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어제는 규동을 판매하는 날은 아니었더랬습니다. 3500원짜리 규동을 먹고 싶었으나 6000원짜리 치킨커리를 먹어야했더랬죠. 일주일에 두번 치킨커리를 하는데, 어제가 치킨커리의 날이었던 게였죠. 안타깝게도 치킨커리를 먹었습니다. 맛도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 입구에 맛집이 생겼다며 기뻐했지만 커리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깔끔한 로버트같은 주방장아저씨는 생각보다 손이 느려 - 음식을 해 보니 음식을 잘하는 관건은 좋은 혀와 코, 그리고 빠른 손 밖에는 없더군요- 커리가 약간 식어 나온데다가 사실, 지구군은 커리의 달인이었더랬습니다. 지구군은 인도커리, 한국커리, 일본커리, 독창적커리 등 커리..
언제나 글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을 맺는 것이 어렵다. 생각은 쉽게 확장되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는 것도 그렇다. 시작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끝을 맺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노무현이 죽었다. 그의 죽음은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텔레비전의 하루를 지배하였으나 이제 텔레비전에서는 코미디와 히히덕거리는 토크쇼를 다시 재개하였고 어쩌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삶을 기억하기보다 코미디 프로를 보며 히히덕거리는 시간을 더 즐길지도 모른다. 살 사람은 살아야하고, 산 사람들이 죽은 사람만을 생각하고 살 수 없지만 나는 늦은 글을 남긴다. 그에 관한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린 탓이다. +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이 어떤 외국..
담배가 나쁜 건 정말로 몸에 나쁜 성분들이 잔뜩 있어서가 아니다. 어쩌면 정말로, 애연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 나쁜 성분들을 모두 무마시켜버릴만한 강력한 즐거움의 효소나 호르몬, 혹은 신경전달물질을 담배가 생성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진정으로 스트레스가 인간과 동물을 어떻게 죽이는지를 잘 알고 있다. 담배에게 부착되어 있는 스트레스 해소, 여유 등등의 딱지들은 사실 그 어떤 것보다도, 그 어떤 독성보다도 강력한 항독성제, 혹은 해독제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담배가 정말로 나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딱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붙이는 레떼르가 우리 스스로를 규정하고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하는 아주 기본적인 사회학적 상식과 연결해도 좋다. 그러나 그보다는 훨씬 섬세..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로부터 "차단"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메신저에서 누군가가 나를 차단한다면 아마 그것은 알 수 있으므로 실망과 좌절, 혹은 복수심이나 분노를 가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 흔하고 흔한 일반적인 "차단"은 그것은 정말 일반적이고 모호해서 어떤 "보류"가 되거나 복귀 가능한 "추억"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차단" 당했을 때 모든 실망이나 괘씸함 따위의 감정들은 모두 그는 왜 나를 "차단"했는가? 와 같은 질문으로 수렵된다. 그는 왜 나를 "차단"했는가?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다는 것,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은 만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타협하고의 반복이다. 그러나 누군가와 관계가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만나고. 기대하고, 실망하..
어디선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의 평균 연애 경험은 3번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서툰 사랑 한번과, 거기까지는 아닌 사랑한번과, 위안이 되는 사랑 한번을 하면서 결국 사람들은 결혼을 하게 된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평균적인 연애를 한 샘인데, 연애는 3번인데, 사람은 3명이 아니고, 심적으로 연애 경험이라고 치자면 단 한 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연애 한번과 아무것도 아닌 사람하나, 분류 불가의 사람 혹은 사랑으로 이들이 내 연애담의 주인공들이라면 나는 그다지 평균적으로 연애를 한듯 싶지는 않다. 이상하게도 지금 같이 사는 친구와도 연애시절의 기억은 연애가 아니라 길을 잃었다는 기억밖에는 없고 같이 살게 되면서 다행히 회복한 것은 잃었던 길들, 혹은 흐렸던 길들이 다..
해, 달, 해, 달, 그리고 다시 해. 나는 요즘 나이에 민감해져 있다. 20살 이후로 나이는 세어보지 않고 있다가 몇년전 한번 놀라고 올해 한번 놀랐다. 내 앞으로 재산이 생겼기 때문에 재산세를 확인하러 동사무서에 갔더니 날더러 "어머니"라고 불렀고 화들짝 놀라하는 내 표정을 보고 동사무서 직원이 "선생님"으로 호칭을 바꾸어주었다. 보호가 필요한 젊은이들은 웬만해서는 자기 재산을 갖지 않는다나. 이래저래 놀래는 것을 보니 나는 아직 나이를 먹지는 않았나 보다. 아줌마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모두 낯선 나이라는 거, 이 모든 게 아직이라는 거, 나에게 그런 호칭에 대한 관용이 없다는 거, 모두 다 부끄럽다. * 가끔, 작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사람이 크지 않은 것을 확인할 때 고통스럽다. 왜 너는 그것을..
미약하나마 나는 사실 대입 시험에 논술이 포함된 것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아이들에게 자본주의의 폐해를 가르치고, 경쟁의 부당함을 알리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삶을 비판적으로 보고, 우리가 부당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패배주의에 물들지 않고 희망 속에서 그것을 수정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할 수 있는 것는 첫 걸음이 논술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정치적으로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보다 무엇이 옳은 가치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영어의 문법과, 수학의 함수와 물리의 공식들 사이에서, 그것이 비롯 입시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그 생각의 기회가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중요하고 엄청난 계기이다. 그러나 갈수록 논..
지난 주 해남에 다녀왔다. 해남에 가면서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진도를 들러 홍주를 만드는 허화자 할머니를 만나는 일이었다. 전주에서 무형문화제가 만드는 죽력고를 만난 이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 술들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홍주를 만드시는 무형문화제 허화자 할머니였다. 나는 술을 한모금도 못하는 대신 6시간 전에 먹은 음식을 맞출 정도로 후각이 발달(?)했고, 나의 룸메이트는 술을 엄청 좋아하지만 대신 축농증이다. 룸메이트는 나를 보고 신은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며, 술만 마실줄 알았다면 최고의 소뮬리에가 되었을 거라며 부추기는데,^^;;; 어쨌거나, 이런저런 술들을 혀끝에 대보고 냄새를 맡는 것에 재미가 들려 있는데다가 귀한 술을 만드는 분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진..
우리는 모든 것들을 관념화 한다. 커다란 형식을 만들고, 개념을 만들고, 그것들의 형이상학적 은유를 덧붙여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모호한 은유와 개념들은 누구에게든 다가가서 따듯하고 말랑말랑하게 막연하고 낭만적인 의미들을 부여한다. 그러나 알고 있는가. 진정 우리가 겪었던 절망들이 어떤 것이었던가를. 내가 겪었던 절망들은 그토록 형이상학적인 것들이 아니었다. 절망 안에서도 희망을 찾아, 꿇었던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힘을, 누군가가 내미는 손을, 모두 내 안으로 끌어 안을 수 있던 것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안녕과 안위에 대한 염원과 안심 속으로 스멸스멸 파고들었다가 그것들이 절망이 되는 그 순간은, 그 순간의 절망은 총체성과 완전함으로 굳건하게 다져져 있다. 내가 절망을 느끼는 그 순간은 그것은 너무나 ..
1. 생활 계획표 하루 3시간의 글쓰기 하루 6시간의 공부 하루 한 시간의 어학 나머지는 책보고, 만화보고, 영화보고, 피아노치고, 발레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의 랜덤 생활. 2주간의 일상, 2일의 휴식 10개월간의 일상 1달간의 반전 (하루 6시간의 놀기, 하루 3시간의 공부와 글쓰기) : 이 계획표의 난점 1) 글쓰는 일로 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굶어 죽게된다. 2) 피아노의 실력은 계속해서 퇴보할 예정이다. 다른 악기는 연주법을 아예 잊어버릴 것이 예상된다. 3) 과연 어학이 늘지 의심스럽다. 2. 작가는 직업이 글쓰기이다. 조정래는 아침부터 밤까지 14시간을 글을 쓰고, 김훈은 아침이 되면 자신의 서재로 출근을 한다. 김연수는 전업작가가 되기 전 직장에 다녀와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피..
1. 무엇인가 글로 남기고 싶은 일이 있다가도 5분 정도 지나면 잊어버린다. 나의 세계는 모두 5분만에 끝나버린다. 낚인 뉴스도 5분 이상 가지 못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5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도 5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무슨일을 하고 싶다가도 5분 동안 참으면 잊어버린다. 5분짜리 욕망, 5분짜리 바람, 5분짜리 선택, 5분짜리 응시, 5분짜리 기억, 5분짜리 희망, 5분의 세계는 지나치게 짧고 그래서 나에게는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보고 싶은 영화나, 전시, 책도 없고 읽고 싶은 만화조차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나의 5분 세계 바깥에는 너무나 지나치게 무거운 일상이 있다. 할일과, 해야 할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에 치여 살고 있다. 할일이 너무 많다. 내가 길게..
엊그제 티비를 보다가 고승덕 전 변호사가 잠시 나오는 걸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저 사람은 왜 고시를 3개나 보았을까. 왜 석사 학위는 세 개나 있을까 서울대에서 땄으면 됐지 왜 같은 과정으로 외국을 갔을까. 예일이면 됐지, 하버드는 왜 또 갔을까. 이런 궁금증이 참을 수 없이 밀려왔다. 티비에서 고승덕은 남들이 10시간 공부하면 자신은 무조건 그 보다 더 15시간 17시간 공부해야 한다고- 왜 그 사람은 그렇게 공부해서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서글서글한 웃음 뒤에 정복욕, 권력욕? 마초이즘? 죽자사자 무언가를 파고, 그 결과로 서열확인에 쾌감을 느끼는? 그의 욕망을 분석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가 문득 세상의 모든 것을 시험으로 보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면 오히려 좋겠다는 생각을하다. ..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삶은 그저 삶일 뿐 아무 뜻도, 의지도, 방향도, 목적도 없다. 삶은 그저 살아지는 것일 뿐이다. 삶을 견디는 사람들에게도 삶은 그저 살아지는 것일 뿐이다. 죽지 않으면 살아지는 것. 살기 싫어도 살아지는 것.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미는 구하고자하는 자들의 몫. 현재의 의미를, 과거의 뜻을 신의 시점에서 남아 있는 기억들을 벌하고 구원하여, 마치 채에 걸러내듯이 의미를 걷어올려 그것을 억지로 억지로 삶에 가져다 붙이고 헐거운 의미들을 거짓으로라도 가져다 불이는 의미는 그저 나의 몫이다. 내 삶을 해석하고, 너의 삶을 해석하고 그 해석들을 끼워 맞추어서 그것이 옳았다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우울해. 모든 일들은 마치 상자의 한 면 같고 나는 그 안에 갇혀 있는 것 같다. 한가지 사태를 만나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또 다른 사태가 있고 그것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면 또 다른 사태가 있다. 그걸 다시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나쁜 일들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너무 일상적인 일들이고 너무 일상적인 일들이라고 무마하기에는 내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 우울해, 우울해. * 나의 절친한 친구의 안내견 호수가 내일 모레면 은퇴를 하게 된다. 친구의 손발이 되어 주었던 호수 녀석, 이제는 좀 쉴 수 있겠구나. 식당의 테이블 밑에서 음식도 먹지 않고 기다리던, 배변도 정해진 시간에만, 호기심의 본능도 억제해버린, 사람보다 나았던, 사람보다 더 훌륭했었던 녀석이다. 자..
언어철학자인 존슨과 레이코프는 사람들은 시간을 흐름에 비유한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흘러가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시간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은 어디가로부터 흘러와서 어딘가로 흘러간다. 우리는 그 흐름에 던져져 있고, 그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사라져간다. 최근 나는 이 비유를 피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인식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시간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오히려 흐름에 대한 인식의 일반적 확고함만을 확인할 뿐이다. 이런 생각은 결국 어떤 특정한 불안증으로까지 이어진다. 사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11월이 되면 어김없이 초조해진다. 11월이 되면 12월의 마지막 모임을 결정하고 약속을 잡고 식당을 예약하거나, 겨울 여행을 계획하는 등의 일을 하는 12월에 기생하는 달처럼..
그날밤 그는 **를 불렀고, 내가 도착했다. 이미 그의 룸메이트는 그날 밤을 다른 곳에서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가 도착했고 그는 바깥, 어둑한 곳에서 계획이 바뀌었음을 **에게 통보하는 전화를 했다. 음침한 나는 바깥으로 나가려다 통화의 내용을 옅들었다. 그날 밤 내가 그 시간, 그 자리에 도착한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그에게 예상치 못했다는 사실이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는 오지 못했고, 그 자리에는 내가 있었다는 오직 그 사실, 그것만이 사실이 되었고, 과거는 그대로 박제가 되었다. 그때 내가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한 시간만 늦었더라면, 따위의 가정은 중요하지 않다. 과거는 변하지 않으며, 어떤 가정도 거기에는 존재할 수 없다. 이야기는 끝이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지만 언제..
지난 주 진보신당 경기 지부에서 계속 문자와 전화가 와서, 지난 토요일 제2창당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주제는 녹색정치였다. 토론에서 많은 정책, 운동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몇 가지 안타까운 점들이 있었는데. 가장 중요했었던 문제는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하는 분들이 여전히 ""원자력"" 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자력"'이라는 말은 영어로 말하자면 atom인데 적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핵발전""이 핵무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원자력"'으로 대체된 것이다. 사실 원리상 핵발전과 핵무기는 동떨어져 있지 않은데다가 영어로도 nuclear weapon, nuclear power plant 등의 말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많은 환경단체에서 핵발전소의 명칭을 바..
한다리 건너 알고 있는 영화 감독이 한 일본 소설을 각색해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5년째가 되가고 있다. 시간을 들이면 곰삭은 이야기가 나올거라는 위로는 무색하고 참신했던 아이디어는 다른 이들의 밑반찬이 되고, 감수성은 빛을 바랜지 오래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빌러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다. 내가 살아 있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던 최승자의 말처럼 아무도 그 누구일 수 없고, 그 누구도 아무나일 수 없는 세상과, 삶을 살고 있다. * 엊그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았고, 룸메가 빠져 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덩달아 보고 있다. 덕분에 약간의 자극을 받아 피아노 연습을 재개(?)했다. 피아노는 외로운 악기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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