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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로부터 "차단"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메신저에서 누군가가 나를 차단한다면 아마 그것은 알 수 있으므로
실망과 좌절, 혹은 복수심이나 분노를 가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 흔하고 흔한 일반적인 "차단"은
그것은 정말 일반적이고 모호해서 어떤 "보류"가 되거나 복귀 가능한 "추억"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차단" 당했을 때 모든 실망이나 괘씸함 따위의 감정들은 모두
그는 왜 나를 "차단"했는가?
와 같은 질문으로 수렵된다.

그는 왜 나를 "차단"했는가?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다는 것,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은
만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타협하고의 반복이다.
그러나 누군가와 관계가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만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의 반복일 뿐이다.
타협과 용인, 만회와 용서, 질타와 책임이 있어야 그 관계는 회복되고, 복구 이상의 그 무언가가
새롭게 형성되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타협과 용서와 책임은 시간적 물리적 제약이 존재하며
이것들이 허락하지 않을 때는 너무나도 쉽게
기대와 실망만이 반복하는 관계가 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되는 관계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너도 날 아끼고 있구나,라는 안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단 하나의 명제가 모든 긴 과정, 타협과 용서와 책임의 대리하여 복구가능하게 한다.


+

사람 구실이라는 것이 뭘까.
슬픈일, 좋은 일 있을 때 위로해주고 감싸주고 손잡아 주는 것이라는 게
사실은 너무 형이하학적이라는 일들이라는 것을
왜 알면서도 알지 못했는가.

밥 한번 사는 것,
좋은 일 있을 때 작은 물건들 하나씩 챙겨주는 것,
어려운일 있을 때 당장(!) 달려가 주는 것.

생각해보면
나도 고만고만때쯤 정신없고, 다른이 경조사 챙기지 못할만큼 어깨가 무거웠던 것도 사실.
우울하고 힘든 일상, 하루하루 버텨나가기 힘든 순간.

그는 그렇게 말하겠지만
니가, 힘든 순간 나를 찾지 않은 것은
내가 너한테 그저 그런 사람이었고,
나는 변명하겠지.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말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면 말하지 않는 내 성격 알잖아.

그래도 결국
모든 결론은
내가 사람구실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챙겨야 할 것 챙기지 못했다는 것.
결국 그런 것들.

결국 그런 것들이라,
변명할 수 있는 순간에 변명하지 않았으나,
그것도 결국 나를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 차단을 해지하는 순간을 스스로 갖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인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내 이야기는 차치하고,
나에게 그,
그가 나에게 한 일들,
나에게 그의 의미,
나와 그가 긴밀하게 얽혔을 때 일어날 어떤 일들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접어두고

나의 즐거움에 동참하지 않고, 나의 슬픔을 알지 못하며
나의 일들에 일상적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나의 친구가 서운하듯,
그 누군가도 나에게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사람구실이어렵다고만 말할 수도 없는 일.
원인은 있지만 그 근본을 드러낼 수 없는 것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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