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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성공복증후군연구

you, loser.

지.리 2009. 5. 11. 19:37

담배가 나쁜 건 정말로 몸에 나쁜 성분들이 잔뜩 있어서가 아니다.
어쩌면 정말로, 애연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 나쁜 성분들을 모두 무마시켜버릴만한 강력한
즐거움의 효소나 호르몬, 혹은 신경전달물질을 담배가 생성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진정으로 스트레스가 인간과 동물을 어떻게 죽이는지를 잘 알고 있다.
담배에게 부착되어 있는 스트레스 해소, 여유 등등의 딱지들은 사실 그 어떤 것보다도, 그 어떤 독성보다도 강력한
항독성제, 혹은 해독제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담배가 정말로 나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딱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붙이는 레떼르가 우리 스스로를 규정하고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하는
아주 기본적인 사회학적 상식과 연결해도 좋다.
그러나 그보다는 훨씬 섬세하게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디자인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문제에 더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백해무익'한 짓을 함으로써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담배피는 행위와 건강한 삶, 혹은 건전한 생활 양식과 양립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이 간단한 '백해무익'한 행위가 그 모든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면,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것에 대해- 아다시피 현대사회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은 꽤나 고달픈 일이다-
"담배나 끊어야지"하는 마음을 들게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운동에 앞서는 것이 '금연', 규칙적인 생활에 앞서는 것이 '금연'이다.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둘중 하나다.
흡연자로서의 정체성이 없을 만큼 가끔 담배를 피우거나,
자신이 흡연자인것이 두려우면서도 금연을 하지 못하는 완벽한 니코틴 중독자이거나.

즉, 간단히 말해
담배가 정말로 나쁜 이유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패배주의자로 만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모든 의미있는 행동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마취 작용이 담배에 있다.


이것은 사실 인생에 대한 아주 사소한 비유에 불과하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음으로써 패배주의에서 탈출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이것은
어떤 상황과 환경을 탈피할 수 없을 때, 인과론적으로, 결정적으로 발생해버린 패배주의의 사슬을 어떻게 끊느냐의 문제에 더가깝다.


사실, 매일매일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되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서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안하면 정말로 루저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담배처럼 비루한 생활도 중독이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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