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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의 평균 연애 경험은 3번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서툰 사랑 한번과, 거기까지는 아닌 사랑한번과, 위안이 되는 사랑 한번을 하면서 결국 사람들은 결혼을 하게 된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평균적인 연애를 한 샘인데, 연애는 3번인데, 사람은 3명이 아니고, 심적으로 연애 경험이라고 치자면 단 한 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연애 한번과 아무것도 아닌 사람하나, 분류 불가의 사람 혹은 사랑으로 이들이 내 연애담의 주인공들이라면 나는 그다지 평균적으로 연애를 한듯 싶지는 않다.

이상하게도 지금 같이 사는 친구와도 연애시절의 기억은 연애가 아니라 길을 잃었다는 기억밖에는 없고
같이 살게 되면서 다행히 회복한 것은 잃었던 길들, 혹은 흐렸던 길들이 다시 눈 앞에 떠오르는 기분이라,
무엇이 연애이고, 무엇이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을 당하면 그 충격 때문에 전두엽이 손상을 당해 그 다음에는 감정에 무딘 사람이 된다고 하던데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은 내 앞에서 서럽게 눈물 한번 흘려 본적 없어, 도대체 어떤 사랑이 이 사람을 무딘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옛날에 어떤 여자에는 헤어지는게 가슴아파 엉엉, 길거리에서 목을 놓고 울었다던데. 왜 그런 여자를 놓아두고 나랑 결혼을 했을까, 아직도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고, 궁금한 것은 사랑을 사랑으로 라벨링할 수가 없게 해, 잠시의 믿음은 뒤로하고 또 무엇이 연애이고 무엇이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

문득 어떤 전화 한통을 받고
우리는 모두 어떻게 살아 왔는지, 오로지 연애로만 알 수 있다는 슬픈 잣대 하나를 들고
이사람과 저사람의 키를 재고 나니,
정작 우리는 모두 어떻게 살아냈는지. 그 힘들고 모진 20대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무섭고 또 무섭다.
철이 없어서 사랑을 놓치고, 세상을 몰라 사랑을 폐허로 만들고, 나 자신을 몰라 나 자신을 병신으로만들었던
너의 사랑, 나의 사랑, 그의 사랑, 우리의 사랑
그리고 나서 모두 그것 모두 사랑이 아니었나보다는 거짓고백 앞에서 30대를 맞이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3번이나 연애를 하면서 가슴 가득한 사랑을 만나 결혼하지 못하고, 고작 위안인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사랑다운 사랑, 사랑같은 사랑을 만나 결혼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3번 밖에 연애를 해 보지 못했으면서 왜 고작 위안인 사랑에 안주해 버리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사랑을 꿈꾸는 사랑을 만나 결혼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결혼해서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때로는 아주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지만,
그 무엇보다도
슬프다.

 

 

 

 

나는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랜 옛날부터 살아온 것 같다.
삶은 길고, 느리고, 더디며,
그리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길고, 느리고, 더딘 삶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은
여전히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그 어떤 것보다 그것이 내 삶의 힘이 된다는, 슬프고도 처절한 주문을  끊임없이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사랑을 끝내는 사람에게도, 혹은 사랑을 사랑으로 믿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필요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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