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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리 건너 알고 있는 영화 감독이 한 일본 소설을 각색해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5년째가 되가고 있다.
시간을 들이면 곰삭은 이야기가 나올거라는 위로는 무색하고
참신했던 아이디어는 다른 이들의 밑반찬이 되고, 감수성은 빛을 바랜지 오래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빌러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다.

내가 살아 있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던 최승자의 말처럼
아무도 그 누구일 수 없고, 그 누구도 아무나일 수 없는 세상과, 삶을 살고 있다.

*

엊그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았고, 룸메가 빠져 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덩달아 보고 있다.
덕분에 약간의 자극을 받아 피아노 연습을 재개(?)했다.

피아노는 외로운 악기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버리기 때문이다.
반주도 필요 없고, 효과도 필요없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오직 건반위를 움직이는 자신의 손가락과 피아노에 비친 자신의 얼굴 뿐이다.

외로운 악기를 하다보면 응당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하다못해 앵버리를 할 수도 없고,
허락된 장소에서 허락된 사람만이 연주를 할 수 있다.
그것이 안되면 자신의 연주는 영원히 '자신'만이 청중이 된다.

어릴적 언젠가 내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던 한 음대생에게
'웬만한 음대생들보다 나은 아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우쭐해진 초등학교 4학년 아이, 그 후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줄 알고 살았었는데,

문득 지금 피아노를 치다가 그 때의 실력이란 게 지금 나의 기억처럼 대단한게 아니라면, 아니라면.

때로는 과거도 루머처럼 변해버리는 게 삶이다.
그래서, 진실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한 게다.


*

쇼팽은 19개의 녹턴을 남겼다.
쇼팽은 형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3개의 녹턴을  발표 하고 있지 않다가
이 곡들은 쇼팽이 죽은 후에 나머지 3개가 출판되었다. 그래서 3개의 곡들은 정렬도, 번호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20a, 20b, 21번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

어릴 때는 이 곡이 악보에도 나와있지 않고, 바이올린 곡으로만 들어서 바이올린 곡인줄 알고 있었다.
엊그제 명동에 나갔다가 이 3개의 녹턴이 들어 있는 독일판 악보를 보고 새로 쇼팽의 녹턴집을 사버렸다.

언제쯤되면 전성기의 실력을 구가하게 될까.

길지도 않은 인생을 살면서 너무 많은 전성기들을 지나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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