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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철학자인 존슨과 레이코프는 사람들은 시간을 흐름에 비유한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흘러가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시간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은 어디가로부터 흘러와서 어딘가로 흘러간다.
우리는 그 흐름에 던져져 있고,
그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사라져간다.
최근 나는 이 비유를 피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인식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시간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오히려 흐름에 대한 인식의 일반적 확고함만을 확인할 뿐이다.
이런 생각은 결국 어떤 특정한 불안증으로까지 이어진다.
사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11월이 되면 어김없이 초조해진다.
11월이 되면 12월의 마지막 모임을 결정하고 약속을 잡고 식당을 예약하거나, 겨울 여행을 계획하는 등의 일을 하는
12월에 기생하는 달처럼 여겨졌으나
최근 몇년 동안은 '올해가 다 가버렸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올해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올해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지가
그 강박증의 대부분이다.
제대로 놀지도,
제대로 공부하지도,
제대로 돈을 벌지도,
제대로 여행을 하지도,
제대로 프로젝트를 세우지고(실행하는 것은 커녕)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솔직히 그것은 사실이고)
부랴부랴 인생을 낭비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잊어버린 나이를 꼽아보고는
흠씬 놀라며
내가 내 나이에 했어야 할 일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을 쓸며 되새김질해본다.
얼마나 더 살아야,
아니아니-
얼마나 더 치열하게 살아야
내가 내 나이에 당당할 수 있을까.
내가 올해 무슨 일을 했어야
내가 올해를 떳떳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인가.
시간을 흘려보내며 시간을 맞을 준비를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의 흐름은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간의 존재는 결국 일생을 흐름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간의 개념은 원형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인생은 다시 회귀하거나 다시 같은 점은 반복할 수 없다.
결국, 오늘 하루를 인생의 하루로서, 일년을 내 일생 중의 일년으로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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