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렇게 프로이트를 외치면서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발견은 기억하지 못한다. 프로이트를 비난하는 가장 큰 축은 그가 '성'만으로만 모든 것을 설명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 비난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프로이트의 가장 큰 의의는 아마 이렇게 수정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무의식이다.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무상 급식? 교장 선생님이었던 아빠는 늘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티 안나게 무상급식 혜택이 있는 아이들에게 그 혜택을 줄 것인가. 아빠의 목표는 늘 "본인도 모르게" 헤택을 주는 것이었다. 아무리 티가 안나도 본인을 속일 수는 없다. 본인이 스스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 도와줘야만 제대로 살 수 있는 존재"로 낙인 찍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이..
요즘 근대의 대례복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대례복은 중요한 외교의 자리에서 높은 수장을 만날 때 착용하는 옷이다. 즉 왕을 만나거나, 황제를 만나거나 할 때 가장 예의를 차리는 옷차림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통적인 대례복이 갖추어져 있다. 물론 근대적인 외교 관계가 시작되는 근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역사가 너무 길어서 그런지 근대에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하면 전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전통들은 실은 근대에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었는가?) 그러나 입헌군주제가 거의 대부분 사라진 오늘날에 와서는 대례복은 의미가 없어졌고 번듯한 수트를 입으면 그걸로 예의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자료를 찾던 중, 왕을 만날 일이 있는 우리의 대통령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는..
월요일 오후가 되니 주말을 달려온 피로가 가득 아기가 혼자 놀게 방치해 놓고 빨래를 하고 아기 밥을 하고 어른 밥도 하고 다시 또 청소를 하고 나니 아기는 눈을 꿈벅꿈벅 한다. 이제 겨우 아기를 안는다. 지친 아기는 품에 안기자 마자 바로 잠이 든다. 외로운 세상으로 널 데려와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가장 큰 사랑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미안하다, 아가. 사랑이 부족한 엄마는 아가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한다. 미안하다, 아가 다시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을게.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말해서 미안하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무엇을 생각하는가 그와의 미래를 생각하는가 그와의 현재를? 그와 나의 과거를? 아니면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는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미래와 현재와 과거와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우리는 사랑하고 있는 순간에도 사랑을 묻고 사랑을 의심하고 사랑을 부정한다. 사랑의 진정성이 무엇일까. 무엇이 사랑일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묻는다. 사랑은 사랑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사랑은 사랑하면 되는 것.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면되는 것. 왜 나는 늘 어떻게 사랑할지 고민하지 않고 무엇이 사랑인지 고민하는가. 사랑은 사랑일 뿐. 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다.
1. 서태지와 이지아의 소식은 언론 뿐만 아니라 나도 잡아먹었다. 나는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 소식을 접한 바로 그날, 서태지, 이지아, 배용준이 등장하는 꿈을 꾸었다. 2. 시간은 참으로 빨라서 그들의 서태지는, 그들의 7살, 8살인, 그런 이들도 나타났다. 나이드는 것은 신기해서 늘 바다처럼 느껴진다. 잔잔하지만 성인이 된 그들은 막, 바다로 내 옆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3. 그들의 7살에 존재했었던 서태지는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겠으나, 나의 서태지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그를 부정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해가 바뀌고 학년이 바뀌면 늘 서태지를 똑같이 모창하는 그 누군가가 나타났고 아이들은 서태지의 노래를 똑같이 부르는 그 아이의 주변에 몰려 함께 서태지..
0. '영화인' 최고은 씨가 굶주림으로 사망한 이후 고진 책을 번역했던 조영일씨의 트윗이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조영일씨는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라도 최소한 밥을 공급해줄 사람은 확보해 놓아야 한다. 부모이든 남편이든" "일전에도 썼지만 문학계에 여성작가가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생계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팔리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부모 또는 남편이 있기에" 라고 쓴 모양이고 예상할 수 있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그를 공격했다고 한다. 김영화를 비롯하여 김사과 등 많은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그 논쟁에 뛰어들었고 일명 '개거품'을 물며 서로를 헐뜯었단다. 나는 메일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처지이다보니 이런 일들이 저 먼세상 이야기였고, 겨우 아침에 잠깐 얼굴을 보여주..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에, 음모 이론이 너무나 익숙한 탓에, 정부가 그닥 탐탁치 않은 탓에 이번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이 왠지 깨림칙하다. 북한의 연평도 폭격 때 북한에 대한 대응을 그렇게 보도했어도 와 닿지 않아하는 국민들에게 우리 군은 건실하고 위엄있으며 우리 국민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열심히 광고하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뭘, 잘해도 못해도, 의심받고 욕먹는게 그자리 아니겠나. 어쨌거나 우리 선원들의 맘과 몸이 건강하기를. 아무리 해적이라도 죽은 자들에게는 명복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민이 하나 생겼는데 군대를 없앤다면 이번 사건 같은 때에 어떻게 해야 할까? ebs에서 마이클 샌댈의 '정의' 강의를 몇 개 보았는데 거기서 얻은 통찰 하나. 남학생들은 아무래도 대의를 따르는 것에..
조용한 방 안에 가습기가 물방울을 만들어 내는 소리와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텅 비어 있는 방이, 무언가로 가득차 있는 것만 같고, 사실 실제로도 그렇다. 삶 역시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무언가로 가득차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도 그렇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아기와 살고, 아기를 위해 살고, 다시 아기를 위해 존재한다. 남편은, 직장이 있고, 해야할 공부가 있고, 운동을 한다. 그 삶 속에 아기의 이유식이나, 아기의 놀잇감, 아기의 옷, 아기의 기저귀, 아기의 장난감 따위는 없다. 남편은 시간이 나면 아기의 이유식을 만들거나, 아기를 위해 청소를 하거나, 아기를 위해 쇼핑을 하거나, 아기를 위해 놀이를 구상하거나 하지 않고 남편의 시간을 가진다. 더 운동을 하거나, 더 책..
기도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저의 등불이 되어주시고 저의 안식처로 저를 인도하소서. 저와 저의 아기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시며 평화를 누리게 해 주소서. 제가 무지할 때 우주와 만물의 법칙을 일깨워주시고 제가 길을 잃었을 때 저의 등대가 되어 주소서. 제 마음 속에 강함이 있음을, 그 강함이 한없이 부드러울 수 있음을, 그 부드러움 속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이 있음을, 그 굳건함 속에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소서. 저에게 용서의 힘을, 그리고 그 힘에 대한 믿음을 주시옵고 저로 인해 세계가 변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소서. 제가 사랑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고 그 용기로 모든 것을 이겨내게 해주소서. 망각의 축복을 저희에게 내려주시고 그 축복 안에 은총으로 우리를 감싸주소서...
1. 아이고, 일을 어쩔까. 어제 마지막 산전 검사를 갔다. 예약이 늦게 된데다가 내가 늦어버려서 애매하게 점심시간에 걸쳐버리게 되어서, 손님(환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나만 이리저리 검사실을 오가며 점심시간에 남아 있는 간호사들과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그런 와중에 나 말고 다른 손님이 또 있었는데, 임신 22주가 된 고3 아이였다. 엄마로 보이는 사람과 둘이 앉아있는데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가, 내가 긴 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그 아이의 동행은 한 남자 아이와, 성인 남자가 덧붙여져 있었다. 중년남녀는 남자 아이의 부모인 것 같았고, 여자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남자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어떻게 할거냐고 남자 아이를 다그치고 있었고, 중년남자는 창밖을 보고 있었고,..
1. 아이팟에 홀딱 빠져 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아이팟을 켜고 영어 단어 맞추기나, 불어 퀴즈 등을 합니다. 제 실력은 무척 떨어지기 때문에 아침에 한두문제 풀고나면 대충 잠이 깹니다. 잘 때는 abc world 뉴스를 보면서 잡니다. 잠깨기와 잠들기의 과정과 시간을 무척 지루해하는 저로서는 완전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경을 쓰지 않아도, 이어폰을 꽂지 않아도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게 또 있을까요. 2. 룸메이트와 함께 산지 몇년이 되었지만 아직 적응이 잘되고 있지 않은 것은, 책상과, 씨디 정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상은 왜 그런지 도저히 앉기가 싫습니다. 혼자 앉아 책을 보다가 룸메이트와 마주앉아 공부하는게 도저히 안되는 것일까요? 몸이 무거워지니 몇가지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하나는..
1.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는 일도, 하는 공부도, 쓰는 글도 없는 나는, 나의 아이덴티티는 지금 이 순간 뭘까? 2.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늘 생일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올해는 그게 없다. 추석과 겹쳐서인지, 정말 아무도 생일을 축하해 주지 않았다. 마침 전화가 온 친구에게 생일이라는 것을 말해 업드려 절을 받았다. 룸메이트는 늦은 밤 귀가하며 케익도 꽃도 없는 생일이라 너무나 미안해 했다. 룸메이트가 미안해 하는게 나는 미안했다. 룸메이트가 계속 사주고 싶었다면서 아이팟 터치를 사주겠단다. 재정적으로 많이 쪼들리고 있기 때문에 아이팟 터치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손이 부들부들 떨려 룸메를 말려본다고 말렸지만, 룸메가 일단 카드를 긁고 일이 저질러지자, 그 순간부터 ..
아기는, 머리도 날 닮았으면 좋겠고, 얼굴도 날 닮았으면 좋겠고, 성격도 날 닮았으면 좋겠고, 술 못마시는 것도 날 닮았으면 좋겠다. 룸메이트에게 물어보니 룸메이트 왈 머리도 날 닮았으면 좋겠고, 얼굴도 날 닮았으면 좋겠단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모르겠다만, 룸메에게 넘후 미안한 걸. ㅠㅜ 결론은, 나는 자뻑이고, 룸메는 관대하다는 것일까? 이러다가, 아기가 멍청하고 못생기면, 나 혼자 애를 키워야 할지 모른다. p.s 입체초음파를 안해서 모르겠다만, 아기의 얼굴은 아무래도 룸메이트를 닮은 것 같다. ^^;;;;;;
1. 중고 책을 구입했을 때의 일이었는데, 책을 받는 날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자기 소개를 하고, 내가 책을 산 "누구누구"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 역시 천성이 외로움을 타고, 워낙에 심심한 인간이어서 웬만했으면 응대를 했을 터였을텐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했다. 20대 초반인 듯 싶었는데, 여차하면 한번 만나자는 기색. 그래서 약간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며칠에 걸쳐 몇번이나 전화가 왔다. 내가 구입했었던 책은 [슈레딩거의 고양이]였다. 2. 이번에는 중고책을 팔았을 때의 이야기다. 낡고 오래된, 그리고 얇은 책들을 미끼상품으로 1000원 이하로 팔고 있었다. 고물상에 파는 비용 정도만 받는 거다. 미끼상품은 미끼상품. 사람들은 2500원의 배송비를 물어가며 1000원 이하의 책 ..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룸메이트는 내가 같은 말을 여러번 한다고 짜증을 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기를 갖게 되니 나의 어린 시절 생각이 더 많이 나고,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었던 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아빠를 닮아 기억력이 좋은 것도 한몫하지만 - 아빠는 2살때의 일을, 나는 3살 정도 부터 기억한다.- 나는 어떻게 자랐는지, 나의 그 시절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다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빠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여러가지 카테고리의 단어로 아빠를 설명할 수 있는데, 그 여러 단어 중 하나는 "불평"이다. 아빠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면 늘 불평을 쏟아내곤 했는데, 뭐는 틀린 것이라는 둥, 퀴즈 프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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