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룸메이트는 내가 같은 말을 여러번 한다고 짜증을 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기를 갖게 되니 나의 어린 시절 생각이 더 많이 나고,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었던 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아빠를 닮아 기억력이 좋은 것도 한몫하지만 - 아빠는 2살때의 일을, 나는 3살 정도 부터 기억한다.- 나는 어떻게 자랐는지, 나의 그 시절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다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빠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여러가지 카테고리의 단어로 아빠를 설명할 수 있는데, 그 여러 단어 중 하나는 "불평"이다. 아빠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면 늘 불평을 쏟아내곤 했는데, 뭐는 틀린 것이라는 둥, 퀴즈 프로인데 정답이 틀려서야 되겠냐는 둥, 왜 저런 말도 안되는 것이 방송이 되냐는 둥, 저 프로(작품)를 만든 사람은 너무 멍청하다는 둥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 티비 프로나 책에 대한 적절한 비판력을 갖추기에는 지적인 능력이 상당히 딸리는 어린 시절이었으므로 아빠의 말을 어느 정도 신뢰하면서도 아빠가 늘 불평이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느 정도 자라서는 똑똑한 아빠를 둔 것이 자랑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아빠가 불평이 많다는 이미지는 갖고 있다. 특별히 생활에서 불평이 많은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느 날 문득 나와 룸메의 대화를 뒤돌아보니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어린 시절 내가 "불평"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이야기였음을 깨달았다. 티비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신문을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나는 줄기차게 이런 쓰레기 같은! 지면 낭비! 미친-! 너겡이가 나간! 같은 욕들을 수시로 내뱉고, 나의 룸메이트도 같은 급의 욕들을 뱉어낸다. - 나의 룸메이트는 운전을 하면서도 하지 않는 욕을 말이다.
분명 새로운 룸메이트가 될 녀석도 어린 시절의 나 같이 나와 구-룸메이트를 불평쟁이로 기억할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불평을 불평으로만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나는 신-룸메이트를 위해 불평쟁이의 삶을- 적어도 외부적으로는- 멈춰야 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사실 불평과 비판의 차이가 무엇인지. 적어도 표현적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많은 정보 부재들이 비판을 불평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정보가 없으면, 사회적 약자의 미약한 저항마저도 제도권에 순응하지 못하는 불평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우리 엄마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면서도 민노당을 싫어하는 유일한 이유는 "데모꾼"들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엄마와 함께 "데모꾼"들을 욕하다가 어느 순간 민노당과 민주신당의 부동 지지층이 되어버렸다. -
아주 실천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지극히 생활적인 차원으로부터 시작하는 """사회적 불만, 혹은 비판의 정당한 표현 방법"""이 무엇일까.
폭력적 저항, 사보타주가 어쩌면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그리고 가장 표현적인 비판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코드는 분명 부정적 표현에 대한 강력한 주목성을 이용한 정보전달, 즉 "우리는 지금 부정적 폭력 혹은 사보타주를 행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이러이러한 실정에 처해 있으며 그 상황은 매우 불합리한 것"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부정적 코드는 부정적으로만 남게되고 부정적 코드에 대한 반감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부정적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행위로서의 부정적 행위는 그렇다면 어느 정도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이며, 혹은 애초부터 정당한 표현방식은 무엇인 것일까?
내가 "우리 애기가 날보고 불평쟁이라고 할까봐 겁난다"는 말을 룸메이트에게 하자, 룸메이트는 한 가지 답을 내 놓았다. 답은 "잘되는 것"이었다. 성공하면 불평은 비판이 되고 비판은 힘을 얻게 되고, 힘을 얻은 비판은 무언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생각하면 이런 개인적인 문제는 매우 쉽다. 실제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사회적 약자 계층이 하는 "불평"을 힘이 있는 비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보다야 훨씬 쉬운 문제이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권력을 가져야 하는 문제로, 그러면 다시 약자 게층이 어떻게 하면 권력을 가지게 되는지로 문제가 귀결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좋아하는 만화 [심슨]에서는 바트가 리사에게 반항을 하기위해 질질 끌려가면서 비폭력 저항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과연 힘이 될 수 있을까.
아, 언제나 생각은 난삽하고, 글은 두서가 없다. -_-;
P.S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것인데, 아빠의 그 "불평"적 태도 덕분에 나도 배운것이 있어서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한번 참고서와 문제집 회사에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마도 과학 참고서와 물리 문제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번은 내가 지적한 것이 맞았다면서 그 회사에서 나오는 문제집 몇 권을 집으로 보내주었고 다른 한번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집으로 전화를 하기까지 했었다. 그 저자는 "너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로 시작하였으나 정해져있는(!) 공식과 해설들을 동원해서 결국 내 증명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지적했고 정해져 있는(!) 공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나에게 그 저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공식들을 다시 들이대며 다시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대학교에 가면 더 명확해질 것"이라는 말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전화 통화를 마무리 하였다. 예의 바른 나는 "대학에 가면"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순응적이고 순종적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전화를 끊었다.
사실, 지금은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기억도 나지 않을 뿐더러 내가 틀렸는지 맞았는지, 혹은 틀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설명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직접 전화를 할정도였다면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대학에 가면 알게 될 것." 이라는 말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가 그렇게 억울하고 분할 수가 없다.
아, 젠장-
난 이래서 한국이 싫다. ^^;;;;;;;;
'환상성공복증후군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뻑쟁이 우후훗훗! (0) | 2009.09.30 |
---|---|
이상한 사람들 (0) | 2009.09.21 |
남편은 전기 코드를 뽑지 않는다. (0) | 2009.08.07 |
지구당 방문기 (3) | 2009.07.09 |
그날의 노무현에 대한 회개 (6) | 2009.06.03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TAG
- 근대사
- postcolonialism
- colonialism
- War
- 영화
- The Red Shoes
- 제주
- koreanhistory
- 인문
- 스크랩
- history
- 일제 강점기
- 근대
- Imperialism
- 판매완료
- Dance
- 역사
- 건축
- 철학
- 화가시리즈
- 여행
- 과학
- massacre
- 소설
- 예술/문화
- 프로젝트
- 집필 자료
- 사진
- 새로운 생명체가 나에게 환기시키는 것
- 리뷰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