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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태지와 이지아의 소식은 언론 뿐만 아니라 나도 잡아먹었다.
나는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 소식을 접한 바로 그날,
서태지, 이지아, 배용준이 등장하는 꿈을 꾸었다.
2.
시간은 참으로 빨라서
그들의 서태지는, 그들의 7살, 8살인,
그런 이들도 나타났다.
나이드는 것은 신기해서
늘 바다처럼 느껴진다.
잔잔하지만
성인이 된 그들은 막, 바다로
내 옆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3.
그들의 7살에 존재했었던 서태지는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겠으나,
나의 서태지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그를 부정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해가 바뀌고 학년이 바뀌면
늘 서태지를 똑같이 모창하는 그 누군가가 나타났고
아이들은 서태지의 노래를 똑같이 부르는 그 아이의 주변에 몰려 함께 서태지의 노래를 불렀다.
애쓰지 않아도 서태지의 노래는 저절로 외워졌으며,
장담컨데, 할줄 아는 랩이 딱 한개인 수많은 대한민국의 사람들의 바로 그 곡은 서태지의 곡일 것이다.
서태지를 기억한다는 것은, 여전히, 그래, 여전히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존재의 인식을 거부할 수 없는 그런 존재는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과 무관하게 그냥,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늘 잠시 쉬고 있을 뿐
멈춘 적이 없고
그가 죽기 전까지, 혹은 우리가 죽기 전까지
그는 최고의 대한민국 뮤지션이다.
그래서 그는 그런 존재로서, 그리고 그런 존재를 만들어 감으로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늘 그의 코밑과 턱에 거뭇한 수염이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애띈 과거의 그 어떤 사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가, 마흔의 중년 남자라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아이같은 느낌이고, 아이이고, 아이이어야 한다.
그의 이미지 메이킹은
그런 면에서 철저하게 마이클 잭슨을 닮아 있다.
마이클 잭슨 역시 그의 턱에 수염이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짧은 바지, 흰 양말로 대변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의상은 그의 피터팬 이미지적 환상을 부추기기 좋다.
서태지는 그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변용해 자기화 했다.
그 이미지는 마이클 잭슨처럼, 그를 나이들지 않게 했고
그래서 그는 여전히 신비롭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신비로워서 나이가 들지 않는다.
4.
서태지에 개인사에 대해서는 여러군데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서태지의 이야기는 늘 뭔가-
부족한 이야기들 뿐이어서.
서태지가 전에 살던 집에 가보았던 그 누구누구는 집 거실에 람보르기니를, 건물을 지을 때 아예 함께 올려 전시품으로
만들어 놓았다든가,
술을 마시며 누구누구를 불렀는데 서태지는 여자도 별로 관심이 없다든가,
서태지와 떡볶기를 먹었다는 누구는 - 이 제보는 사실 화자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서태지가 어떤 소탈한 점을 보였다든가 등
각각의 이야기들은 사실이어도 별로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고,
서태지를 만나고 인터뷰한 그 누군가에게 서태지의 이야기를 들어도
뭔가 루머같은 기분이 드는,
그 누구도 이상하게, 나에게는 서태지에 대해 자세히 묘사해 주는 이가 없었더랬다.
늘 부족하게, 그렇게 부족하게.
그래서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보고 싶은.
현실에 존재하고 있음을 꼭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누군가가 서태지를 만났다면, 아- 부러워. 라고 꼭 뱉어내게 하는..
사실, 난 서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아마, 그래서 이지아가 그렇게 부러운 모양이다.
이지아가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는 사람임에도 말이지.
사실, 이지아가 대단할 것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서태지 역시 대단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음악을 좋아했고, 하고 싶은 음악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가를 고민한 사람이고
그리고 여전히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부러운 사람이다.
p.s
그래서 나는 서태지를 좋아하는 사람일까요, 아닐까요? ^^;;;;;;
p.s2
잠이 오지 않는 덕분에...몇 가지가 더 떠올랐는데.
정말 오랜만에 모든 화제거리를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잡아 먹어버리고 말아서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마저도 이명박과 BBK가 서-이 전부부의 이야기에 묻히는 계산 속을 가진 음모를 더 많이 떠드는
-정말로 음모가 있었다면 엄청난 역효과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음모든 뭐든간에
서-이 부부 이야기든 이명박 뭐시기든간에
화제는 화재가 되어 펄펄, 훨훨 살아
이야깃거리가 많아졌음은 분명하다.
생각해 보니 나의 서태지는 첫인상은 뉴키스 온더 블럭 속의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첫 무대를 기억하고 있다.
(임백천이 사회를 보던 당시 <티비 특종 연예>에는, 신인 가수들이 첫 무대를 선보이면 전문가 그룹이 평가를 내리는 코너였다. 박진영, 서지원 등이 그 무대에서 데뷔 했던 것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쇼킹했었던 것은 그 누구보다 박진영. 누구보다도 춤을 잘 추었고, 노래 역시 좋았으며,
전혀 연예인을 할 것 같지 않은 외모의 가수여서 ^^;;
서태지는 그 코너의 첫 가수이자, 서태지의 첫 무대이기도 했는데
서태지가 그 무대에서 혹평을 받은 덕분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야기 되고 있는 프로이다.
놀라운 것은 서태지의 무대 이후 <티비 특종 연예>의 타이틀 음악이 ' 난 알아요'로 바뀌었다는 것.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첫 무대를 기억하는 것과는 달리
서태지의 음악과 춤이 1992년 속에 있었다는 것을 별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태지의 음악은 물론 우리나라 가요계에서는 놀라운 것이었다. 댄스 속에 메탈이 들어 있고 랩이 아주 한국적이었으니까.
당시 표절 시비는 떡밥임이 확실했지만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던 그 새로움이라는 것이 정말 신선한 것인지는 의문을 표할만 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태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 이 문장은 늘 현재형으로 쓰여져야 한다.)
서태지의 노래는 시대를 앞서서 뻥 튀어나온 것이 아니었고, 과거를 충실히 재해석한 것도 아니었으며
게다가 그 춤은 뉴키즈온더블록을 고대로 배껴온 것이었다.
당시 뉴키즈와 본조비를 열심히 듣던 나는 서태지를 좋아한다는 것은
뭔가 내가 듣던 음악과 춤을 배신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은 단 한번도 서태지를 좋아한다고 말해본적이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것은 여전했는데.
새롭지만 신선하지 못하다는 아이러니한 표현이 서태지에게 꼬리표로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서태지가 앨범을 내 놓을 때마다 늘 나의 기분이 그렇기 때문이다. 늘 그의 음악이 좋지만, 늘 새 앨범은 뭔가 흡족하지 못하고 그렇지만 다른 더 좋은 앨범은 없다.
그래서 또 생각해 본다.
나는 서태지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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