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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는 일도, 하는 공부도, 쓰는 글도 없는 나는,
나의 아이덴티티는 지금 이 순간 뭘까?
2.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늘 생일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올해는 그게 없다.
추석과 겹쳐서인지, 정말 아무도 생일을 축하해 주지 않았다.
마침 전화가 온 친구에게 생일이라는 것을 말해 업드려 절을 받았다.
룸메이트는 늦은 밤 귀가하며 케익도 꽃도 없는 생일이라 너무나 미안해 했다.
룸메이트가 미안해 하는게 나는 미안했다.
룸메이트가 계속 사주고 싶었다면서 아이팟 터치를 사주겠단다.
재정적으로 많이 쪼들리고 있기 때문에
아이팟 터치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손이 부들부들 떨려 룸메를 말려본다고 말렸지만,
룸메가 일단 카드를 긁고 일이 저질러지자,
그 순간부터 사실 좀 신나졌다.
지젝이 글을 쓸때처럼 아이팟을 틀어 놓고 브래인 스토밍을 해 보란다.
오- 지젝이 글을 쓸 때처럼,이라는 말을 하려면
일단, 영어로 책을 쓰는 일부터 ^^;;;;;
3. 말이 나와서 말인데, 추석 전날 약 30통의 문자를 친구들에게 돌렸다.
답장은 11명에게서 왔다.
참으로 이상한 추석이지?
더 이상한 것은 내가 문자를 보낸 다음날 대부분의 답문이 왔다는 것이다.
네이트온 테스트를 해 보았더니 별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뭔지 알아?
친구들 중 여자는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답문을 했는데
남자는 아무도 답문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 중 연락을 해 온 남자들은 대부분 전화를 했다. 그것도 역시 다음날이었다.
뭔가, 일상적이지 않다.
갑자기 뭔가 다들 나 몰래 무언가를 짜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4.
Dexter 시즌 3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 있음. 주의 요망
:덱스터를 볼 계획이 있거나 아직 시즌 3은 시작하지 않은 덱스빠라면 당장 <<back>>을 클릭할것.
덱스터 시리즈가 늘 그렇듯,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늘 한번에 두 개정도씩 보게 되는데, 벌써 8화를 보고 있다.
사실, 나는 3번째 시즌이 가장 마음에 든다.
모든 인물에 감정이입하고 있다.
임신한 리타 - 냉장고에 빈 쥬스통을 보고 짜증을 낸다. 누가 다 먹고는 치우지도 않고 다시 냉장고에 넣었냐는 거지. 게다가 임신과 결혼에 있어 덱스터는 완전한 제3자이다. 결혼 준비에서부터 집문제, 아이들 문제, 자신의 몸 문제, 육아 문제 등등 모든 것을 떠안은 리타에게 어찌 이 순간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구가 생긴 외로운 우리의 살인마 덱스터. 일단 경계가 무너지면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그 욕망을,
자신의 치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 사람과 사귀고 싶은 밥티스타의 욕망을,
자신이 지켜줘야 할 인물에 대한 강력한 의무감이 연애감정으로 확장되는 데보라의 심리를,
잘못된 방향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분노가 유일하게 향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끝도없이 미궁에 빠지는 프라도 형제들.
인물들은 더욱 입체적이 되었고, 사건은 예상 가능하면서도 묘하게 뒤틀린다.- 늘 그렇듯, 좋은 작품들은 이 모순이 성립한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도 덱스터에게 공감하고 있다.
스스로 감정에 대한 불감증이라고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풍부한 감성의 이 사내는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독단적이며, 너무 외롭다.
나 역시,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독단적이며, 꽤 외롭다.
그것으로 덱스터의 아이덴티티가 성립하듯,
나 역시, 그것으로 나의 아이덴티티가 성립한다.
5.
또 말이 나와서 망정인데,
이 블로그의 글들은 아무도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일단, 접속자가 많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나를 찾아온 손님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접속자의 10%만이 정독을 한다는 오랜 통신 생활에서의 경험 통계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아주 가끔 누군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읽기는 하겠지만..)
누군가가 내 블로그를 종종 들어온다고 나에게 말을 해 주었는데,
나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만 한참 듣다가 끝이났다.
이 텅빈 공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해지는 강력한 기록들은
역시 나의 아이덴티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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