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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인가 글로 남기고 싶은 일이 있다가도 5분 정도 지나면 잊어버린다.
나의 세계는 모두 5분만에 끝나버린다.
낚인 뉴스도 5분 이상 가지 못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5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도 5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무슨일을 하고 싶다가도 5분 동안 참으면 잊어버린다.

5분짜리 욕망,
5분짜리 바람,
5분짜리 선택,
5분짜리 응시,
5분짜리 기억,
5분짜리 희망,

5분의 세계는 지나치게 짧고
그래서 나에게는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보고 싶은 영화나, 전시, 책도 없고
읽고 싶은 만화조차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나의 5분 세계 바깥에는 너무나 지나치게 무거운 일상이 있다.

할일과, 해야 할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에 치여 살고 있다.
할일이 너무 많다.

내가 길게 욕망하는 유일한 그것은,
딱 하루 동안의 긴 낮잠과 휴식.


2. 
룸메이트가 아이팟을 사서 들은지 몇 개월이 지났다.
집에 있는 씨디 중 20~30% 정도 밖에 mp3로 전환하지 못했지만
아이팟을 사면서 잔뜩 새로운 앨범들을 찾아보고 음악을 들어보고 아이팟을 정리하는 일들이
룸메의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리다 시피 했다.
덕분에 나도 새로운 음반들을 듣게되고, 
나의 취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평생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음반들도 듣게 된다.
또 언젠가부터 사라져버린 나의 소일거리인, 듣고 싶은 음반을 찾아보는 일, - 아마도 이것은 제목을 찾아보고 싶은 어떤 음악 하나, 귀에 쏙 들어오는 어떤 음악 하나를 찾아보는 일로 대체되었을 - 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들을만한 음반이 없다고 투덜투덜하였는데,
갑자기 어느날 몇개의 음반이 금쪽같은 휴식이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되었다.
생각해보니 올해 상반기에 주구장창 들어줬던 마돈나와 콜드 플레이서부터, 새로운 노래가 그 어느 때보다 꽤 괜찮지 않았던가.
문제는 음반 시장이 척박한 것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것이라는 사실까지 깨닫게 되었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잘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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