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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위스퍼
카테고리 가정/생활
지은이 트레이시 호그 (세종서적,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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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형태: 영문판 소장


친구가(정확하게는 선배가) 이 책은 정말 좋은 육아책이라면서 책을 주었다.
사실, 아직 아기를 키워보지 않아 이 책이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나에게 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 갖고 있는 마인드는 정말 훌륭하다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귀찮은 몇 권의 육아 관련 책들을 읽어 보았고,
대부분은 꽤 간단한 책들인데다가 아기 발달 책들은 심리학계에서 너무 많이 알려진 내용들을 간단하게 정리한 것들이 많아 건질게 없는 반면

이 책은 아직 부모가 되지 않은 두 남녀에게 충분히 부모가 될 만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회에서 부모, 특히 엄마에게 강요하는 것들,
즉 육아를 담당하면서 모성은 본능이라는 식의 태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위대한 일이며, 거기에 여성이 몸바쳐 헌신해야 한다는 희생정신 강요(남성과 여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아기의 초기 발달은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뭔가 엄청난 것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태도
등을 제거하고 선입견을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여자들이 낳자 마자 자신의 아기를 사랑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이 점에 대해 이 책은 정말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하고, 밤낮으로 울어대며 자신을 귀찮게 하는 존재를 어떻게 쉽게 사랑할 수 있겠는가.
며칠, 혹은 몇 시간 육아에 참여한 남자들은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한다.
"아, 나는 못하겠어. 역시 여자들은 대단해."
이 말에는 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존경도 물론 들어있겠지만, 더 정확한 것은 육아에 더 적합한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고, 그것은 여성의 모성이 본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회/문화적 강요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여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책은
아기를 갖게 된 한 여자를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접근하고, 대책을 세우는
정말 서구사회에서 잘 단련된 페미니즘의 기본태도를 저자는 갖고 있다.

아기를 잘 키우는 것은 곧 아기와 엄마가 잘 합의를 이루는 것이고
물론 아기를 키우는 일은 많은 헌신과 시간 할애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이라도) 인간으로서 자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한 여자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으로 육아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정말 아기와 엄마가 합의를 이뤄
어느 한쪽이 우울증에 걸리거나, 욕구 불만이되거나, 정서장애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은 여성문화에 대해 척박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실천학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성은 본성이 아니다""는 구절은 육아에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나, 육아 스트레스로만
발현되기 일쑤였다.

이 책은 적어도 이러한 시각들이 육아에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발현될 수 있고, 어떻게 원만하고 현명하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관점에서 정말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별 다섯개도 부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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