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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짱을 제주도의 땡볕 아래 떼어 놓고
나만 홀로 서울로 와 눅눅한 습기 속에 있다.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
혼자 집에 앉아서 창문을 열어 놓고
스탠드를 켜고, 컴퓨터 앞에 앉아 타이핑을 하고
열어 놓은 창문에서 눅눅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는 미지근한 차를 한잔 마시고
그리고 책을 읽는다.
그것은 마치
3년 전이나, 5년 전과 같은
그런 일상이어서
나는 마치 어떤 시간을 건너 뛰어온 기분이 든다.
마치 긴 꿈을 하나 꾸었고
그 꿈에서는 내가 예쁜 아기의 엄마가 되었고
그 아기가 꽤 커서
엄마엄마 말을 하며
옷스스, 하며 옥수수를 먹고
즈쑤, 하며 쥬스를 마시고
이제 막 송곳니가 나는 장면까지 꿈을 꾼 것 같다.
잠에서 깨어보니 뭔가 가슴이 텅 비어있다.
이루어지지 못한 긴 사랑의 끝도 이렇게 허무했던가?
이상하게 꿈 속의 아가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무 그리워하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늘 엄마가 말했었는데.
얼굴을 떠올리려고 사진을 찾아보니
외장 하드가 인식 불능이다.
완전히 맛이 간 외장하드.
내가 그리워한 얼굴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정말 난 꿈을 꾸었던 것일까?
겨우 찾아낸 아이팟 속 사진 몇 개.
그리움이 더 커진다.
지난 5월. 울 산짱 17개월때
불과 얼마전인데 요렇게 작았나.
이것이 진정한 족발 당수
upsidedown 하자고 하면 완전 좋아하는데
너무 좋아하면 꼭 발로 내 얼굴을 -_-;;
제주 오설록에서
제주 오설록에서
제주도에서 얼마나 새까매졌는지
결국 이쁜 수영복 포기하고 전신수영복으로 변신.
사진이 못생기게 나왔는데, 그래도 이쁘네.
p.s
우리 산짱 통화하면
엄마! 한번 부르고
따라내뇨, 사랑해요 한마디 하고
쪽, 뽀뽀 한번 날려주고
그러고 전화기를 할머니 줘버리고 밖으로 나가자고 할아버지 조르는 소리가 들린다.
넌, 내가 보고 싶지도 않은게냐. -_-;;
너의 20개월은 다시 오지 않을텐데...
뭐, 오히려 다행이다.
만약 누군가와의 연애였다면 나혼자만 보고싶어하고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억울한 일이었겠지만.
이건 좀 다르다.
어떤 사랑의 깊이는 이만큼은 되었었겠지만
나는 산짱에게서 진정으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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