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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s story

100

지.리 2010. 2. 16. 23:16
+
새로운 룸메이트를 집으로 들인지 100일이 되어간다.
시간은 참으로 빠르고, 룸메이트는 놀랍게 빨리 자란다.
나는 아직도 겨울이 익숙하지 않은데,
오랜만에 접속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오른쪽은 온통 봄옷들이다.
세상이 어떻게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사춘기 시절처럼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지만
아기는 웃고, 거기에서 잠시 모든 것을 잊는다.


+
사람의 인지 능력에는 컴퓨터처럼 용량이 있듯이
사람의 사랑에도 용량이 있다.
새 룸메이트 덕분에 원래 룸메이트는 헌 룸메이트가 되었고
나는 여느 부부들처럼 불만 많은 아내가 되어 있다.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나 잊고 있었던 것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나는 잠을 자면서도 헌 룸메이트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무엇이 사랑인지 매일매일 묻고 하나의 질문을 덧붙인다.
가족이 무엇일까.
나는 너와 깨질 수 있고, 나는 너와는 깨질 수 없다.
이 답은 다시
나는 너와 깨질 수 없고, 나는 너와도 깨질 수 없다
,로 바뀐다.
정말로 무엇이 사랑일까.
아무것도 답은 될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추억할 날이 오겠지.


+
차가운 창문 바깥으로 차가운 불빛들이 반짝거린다.
새벽에 일어나 아기에게 젖을 먹이며
창밖을 본다.
차들이 창밖으로 지나가고
앞 건물의 불빛이 켜졌다 꺼지고, 꺼졌다가 다시 켜진다.

나는 세상에 아직도 나갈 수 없고,
언제 다시 나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벌써 100일이다.
새로운 룸메이트는 고개를 이긴다.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2009. 7. 4.
임신 6개월
(한국식 계산으로)




2009. 11. 12
생후 1일



2009. 11. 19
생후 8일


2009. 11. 28
생후 17일




2009. 11. 28
생후 17일


2009. 12. 6
생후 25일





2009. 12. 14.
생후 33일




2010. 1. 17
생후 67일




2010. 2. 6
생후 8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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