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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일주일 동안 음악회 하나, 발레 하나, 그리고 영화 한편을 보았다.
근 일년 동안 이런 비율로 놀아본 것은 유래가 없다.
이 글은 지난 일주일 동안의 나의 "놀았음"음에 대한 보고와 함께하는 근근한 일상 보고이다.


2. 090327 서울시향 비르투오조 시리즈I

곡: 1)무소르니스키- 민둥산의 하룻밤(스토콥스키 편곡)
2)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 김선욱)
3)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지휘: 키릴 카라비츠


공연에 전체에 대해 사실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곡 간의 수준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다.
무소르니스키의 곡은 그냥 무난했다면
차이코프스키 피협은 사실 기대 이하였고,
차이콥 교향곡 5번은 꽤 괜찮았다.

특히 피협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은데
젊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는 너무 무리한 곡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어떤 연주에서도 차이콥 피협 1번이 무리한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
젊은 피아니스트에게는 너무 가혹한 평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중간에 지휘자와의 사인이 잘 맞지 않아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한 부분,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8개의 화음을 연달아 강하고 빠르게 휘몰아쳐야 하는 부분에서 소리가 계속 뭉개진 점등,
연주회 중간중간 손발이 오그라들어 무대를 보고 있지도 못하다가
겨우 그 부분이 끝나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등등
사실 연주회로서는 평균 이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를 쳤는데,
피아니스트는 두 번의 커튼콜을 받고 민망해하며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를 잡아끌어 함께 퇴장해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아마, 누구보다도 본인이 더 잘 알것이다.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도 와 있었는데 피협이 끝나자 다른 연주는 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휘자에 대해서는 뭐, 그냥 그랬다.
섬세하지도, 강하지도 않았고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다만, 오랜만에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하여 풍성한 소리를 들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었다.



2. 보리스예프만- 안나 카라리나

논문에 수도 없이 등장했기 때문에 안나 카라리나라는 이름이 지겨워죽겠다만,
그래도 보리스예프만이 아니던가.

평균신장 세계1위의 발레단.
역시 체격과 체력이 좋아 리프트가 시원시원하고
완벽한 밸런스에,

게다가 보리스예프만 안무의 미적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학적 조형미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는.

그러나 참고로
나 개인적으로는 보리스예프만 작품들 중 3위 안에는 들지 못한다는.

극적인 긴장감을 잘 살리는 연극적 발레로서 완벽한 짜임새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리스예프만은 원작이 없는 작품들이 더 좋다.
그가 쓰는 시나리오들이 더 작품에 더 잘어울리고 아름다우며
발레답다.


3. 정현군의 추천작 블라인드.

let me in 만큼 설경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로 추천받았다.
그러나 사실 let me in은 설경이 아름다운 영화는 아니었고 회화적으로도 그리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다만 벰파이어로서의 식생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에 있어서 독특한 점이 있었나는 것 뿐, 사실 let me in에 대한 높은 평가가
그리 올바르지만은안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의 회화성은
매우,
뛰어났다.

영화 첫장면에 등장하는 휘슬러의 [회색과 검은 색의 구성]처럼 건조하면서도 애잔한 풍광은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마치 <회색과 흰색의 구성>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마리는 
눈의 여왕처럼 아름다웠다.   

이 영화의 주제는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의 애잔함에 묻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낼 수 있을까로 의견이 수렴되기에충분했다.

음악 역시 뛰어났고,
편집은 두 말이 필요 없었다.

감독이 데뷔작으로는,
이보다
더 충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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