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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니 몇가지 소소한 일상의 꿈같은 것이 생겼다.
나는
아이가 2살이 되면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가르칠거고
아이가 3살이 되면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의 후렴구를 가르칠거고
아이가 10살이 되면 슈만의 "시인의 사랑"중 im wunderschonen monat mai를 부르게 할거고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3살이 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를 함께 볼거다.
나도 저런 공구가 있는 지하실이 갖고 싶어요.
자동차 조립을 하고 싶어요.
ㅜㅠ
이건희가 부러운건 오직 그것 하나.
서부의 총잡이 역할을 하던 마초 아저씨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바보 관객이라면 여전히 이 영화 속에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마초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진짜 1972년 산 포드 그랜 토리노.
총알같이 생긴게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토리노는 아다시피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생산되던 차이다. 사실 토리노는 페어라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중에는 페어라린의 서브 모델로 생산되다가 71년 이후 페어라린의 이름은 사용하지 않고 토리노만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에 페어라린의 후속 모델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토리노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의 디트로이트로 여겨지고 있는 이태리 도시에서 따온 이름인데 원래 무스탱에 붙이려다가 페어라린 시리즈 쪽으로 이름붙인 모양이다.
실제 토리노가 생산되던 70년대에는 머슬카가 인기였지만 토리노는 대단한 군육질은 아니다.
나 개인적으로도 저 72년산이 토리노 시리즈 중 제일 이쁘다.
아, 올드 클래식 차를 갖고 싶다. ㅜㅠ
P.S 영화에 대해 백인 우월주의와 마초즘에 대해 떠들어 놓은 평들을 몇개 보았다. 왜 최신형 혼다와 씨빅이 아닌 토리노냐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의 상징을 전혀 읽어내지 못하고, 영화 전체를 파악하지 못한 무지함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월트는 일본산 엔진만 사용한다. 72년산 그랜 토리노는 미국 애들이 자동차를 조립할 때 늘 그렇듯이 외관 디자인 뿐이다.)
그랜 토리노GRAN TORINO는 이탈리아 말이기 때문에 """"그랑 토리노"""""라고 읽어야 한다는 기사 역시 잘못되었다. GRAN은 GRANDE의 변격으로 그란데라고 읽듯, 그란이라고 읽으면 된다. 게다가 미국에서 생산된 차로 영화에서조차 그랜 토리노라고 발음하는 것을 왜 굳이 프랑스 말인 ""그랑""을 붙여야 하는지, 혹여 이태리 말을 몰라서 그런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그런 기사를 쓰면서 사전 한번 찾아보지 않았다는 것 역시 용서가 안되기는 하지만) ""그란 토리노""라고 읽는 것 자체가 오버이다.
월트가 "저런 야만적인", "저 좁은 집에 몇명이나 사는거냐" "노랭이들" "깜둥이" 등등을 말하는 것 역시 인종차별적이지 않다. 왜 전체의 뉘앙스와 전개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대사 하나에 집착하는 인간들이 기사와 평론을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는 대사들이다. 월트가 병원에 찾아가는 장면을 보라. 월트가 고수하는 ""보수주의""라는 것이 백인들의 미국을 지키는 것으로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백인들의 미국이라기 보다는 미국적 미국, 이민자들의 미국, 아메리칸 드림의 그 미국을 지키는 의미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영화는 월트라는 가장 보수적인 인물을 통해서 우리는 변해가는 세월 속의 도덕과 인간적 우애와, 삶과 죽음,을 어떻게 지키고 가꾸어야 할지를 보여준다. 그것이 만약 ""보수주의""나 ""애국심"", ""백인 우월주의""로 불려진다면 그것은 영화 속 월트라는 인물에 대한 모독이며, 영화 자체에 대한 모독이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 왜 월트를 한국 전쟁의 영웅(!)으로 정했겠는가. 미국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인정하고 훈장까지 주었지만 한국전 당시의 월트는 투항하는 어린 아이들을 총으로 쏘아 죽인, 그것이 인생 전체의 양심을 뒤흔들어 놓는 인물이다. 그에게 있어 애국심은 없다. 국가에 충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악행을 옹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양심과는 상호 모순의 가치이다. 나아가 영화안에서 베트남인 가족들을 도와주는 것을 미국의 또다른 악행- 베트남전을 상기시키기 좋다. 그러나 영화는 베트남전에 얽매여 있는 미국인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영화적 코드로도 식상한 감이 없지 않겠지만, 베트남 전 자리에 한국전을 배치하면서 미국의 다양한 전쟁을- 아이들은 한국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전쟁으로서의 베트남이 아닌 이웃과 미국의 국민으로서의 베트남 출신들을 조명함으로써 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 조차도 하나의 가벼운 배경이 된다. 그 어떤 무거운 주제도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베트남 출신 가족이 아니라, 이민자 가족과 백인, 온갖 인종들이 섞여 있는 미국 사회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거대한 ""미국""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냥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물론 우리는 영화를 통해 미국의 현실을 알게 되고 백인들의 불안함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사회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백인들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다른 이민자들이 헤치고 있다고 왜곡하지도 않는다. 똑똑한 동양 여자아이가 등장하고, 내성적이지만 따듯한 동양인 남자 아이와 친구가 되고, 여자 동양인 의사가 나온다. 배타적인 것으로만 보였던 동양인 문화가 친구가 되고나니 따듯하고 정넘치며 자신에게 의존한다- ""의존""이라는 심리적 기재는 현실에서는 상호 보완적이다.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영화에서는 그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결코 백인우월주의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보수적인 백인 노인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사건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했다면 아마, 그것은 백인우월주의가 될 것이다. 백인 노인의 활약 뒤에 병풍처럼 배경 스토리만 제공해 주는 베트남 인들만 보여줬다면 그것은 미국적 보수주의 수호에 관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많은 기사들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단순히 대사 하나, 장면 하나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저런 사고 방식으로는 데이트 강간, 혹은 부부 강간, 혹은 여성의 성 대상화의 장본인이될까봐 애인 머리칼 한번 쓸어 넘겨주지 못하겠다.
그냥, 우리나라 기자들의 수준을 탓하기 보다, 아마 영화를 본 날 너무너무 피곤해서 영화 중간중간 졸고 있는 그들을 상상하는 편이 내 자신에게 더 위로가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른 그 어떤 영화보다 매끄럽게 만들어졌다. 상징과 알레고리 역시 그랬고,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철학적이고 감동적이기는 했지만 영화의 말하기 방식으로서는 자질구레한 측면들이 좀 있었던 "밀리언 달러 베이비" - 개인적으로 그 군더더기를 잊게 만들만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에 비하면 훨씬 더 영화적 구성에 충실해 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큰 철학의 틀을 보여주기 위해 거대하게 치장하지도 않았다. 소소한 일상에서 소소한 것들을 느낌으로 인해 거대한 것과 소소한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오히려 깨닫게 하려는 그 목적에 한해 너무 노련하고, 노련해 졌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비해 그러한 노련미는 엄청나게 발전했다.)
장면들은 황량하고 척박하여, 그 어떤 회화적인 즐거움을 찾아볼 수 없지만 그것 자체가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오히려 기여하고 있으며, 간간히 어색한 것 같은 동양인들의 연기도 역시 그 짜임새에 충실하다. 이것 역시 모두 계산된 결과이고, 전체의 구성과 스토리에 매우 풍부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저, 훌륭하고 훌륭한 영화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오늘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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