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실로 정말 오랜만에 여유 있는 삶은 만끽하고 있다.
시간이 나자마자 제일 처음 한 일은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일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본 영화는 총 10편이 될까?
책도 공부중인 책을 제외하면 하반기에 읽은 책은 단 한권도 없다.
다만 새 음반은 20개 정도 들은 것 같은데, 그걸 정리할 시간은 물론 없었다.

지난주와 이번주 들어 갑자기 영화 몇 편을 보았는데,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 히치콕의 무대공포증과 이창,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봤고,
발퀴리와,, 그리고 벼르고 별렀던 the fall을 보았다.




우리는 허구로부터 무엇을 원하는가?
(""허구""와 ""fiction"""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지지고 볶아서 말만 꺼내도 속이 뒤집힐 것 같지만)


우리는 도대체 영화로부터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우리는 정말 영화로부터 아름다운 사랑과 슬픈 운명,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세상을 보기 원했던 것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장면도, 그 어떤 대사 한마디도 감동하지 않았던 것이 없었던 그것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우리는 영화로부터, 이야기로부터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영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모든 이야기꾼과 모든 미술가와, 모든 감독들을 좌절하게 만들 영화이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이렇게 아름답고 놀라운, 그리고 이렇게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the fall을 보면서 나는 또 다른 인도계 영화 감독이 자꾸만 떠올랐다. 

얼마전 본 영화중 하나로
샤말란 감독의 해프닝이었다.
 
샤말란은 six sense 이후 대중적인 측면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해프닝 역시 놀라운 영화였다.
문제도 없고, 답도 없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그러면서 지금 현 시점의 가장 심각한 문제와, 가장 중요한 철학, 그리고 인간의 무력함을 되짚은
뛰어난 영화였다.

이 두 영화의 비교 지점은 사실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비쥬얼, 철학, 말하는 방식, 촬영, 심지어는 영화 투자 방식까지 비교해 볼만한 것도 없고, 비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셈의 영화를 보면서 샤말란이 떠올랐던 것은
같은 인도계여서라기 보다는
부족한 뼈대를 일으켜 세우는 방식 때문이었다.
샤말란의 경우 부족한 뼈대를 새로 덧채우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않았다.
그것을 그대로 영화로 내세우고, 영화로 내보였다.

타셈의 경우 부족한 뼈대 내부를 파고들은 느낌이다.
그 뼈대 안을 채우고 있는 조직과 세포들의 아름다움을 보이는 방식으로
영화는 애초부터 우리의 삶과는 다르고,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모르겠다.
노력하면 샤말란은 될 수 있겠지만,
노력해도 타셈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를 찍어내는 인간이다. ㅜㅜ

'폭식이뇌에미치는영향 > 영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killing time with my killer - DEXTER season 5  (0) 2010.12.25
inception  (2) 2010.07.24
그랜 토리노를 타고 싶어요.  (0) 2009.09.07
DEXTER  (5) 2009.07.18
blind  (4) 2009.03.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