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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레이코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은유의 힘
그건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말라니까, 그것만 생각나네.
자, 오늘은 퀴즈로 시작해 볼까요? 여러분들은 제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요. 제가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하면 여러분은 지는 겁니다. 알았지요? 이제부터 코끼리에 대해 10분 동안 전혀 생각하지 말아보아요. 코끼리는 절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시간을 재볼까요? 네, 10분이 모두 흘렀습니다. 어때요? 여러분은 코끼리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나요? 정말로 코끼리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나요? 아마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오, 그렇다면 코끼리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군요. 왜냐하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도 코끼리는 포함되어 있잖아요. 저 역시 이 질문을 접했을 때 내내 코끼리를 생각했답니다. 저도 여러분들처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니까요. 그게 코끼리 생각인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사실 이것은 미국의 유명한 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라는 사람이 수업시간에 자신의 제자들에게 냈었던 문제였습니다. 레이코프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 과제를 수행해 보라고 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해 낸 사람은 없다고 하네요. 정말 재미있지요? 조지 레이코프는 지금 미국의 대학에서 언어학과 인지 과학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는 이 분야에서 무척 이름이 나 있는 학자에요. 우리나라에도 『삶으로서의 은유』, 『몸의 철학』과 같은 책들이 번역되어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에서 우리가 수행하려고 했었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꽤나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하는 은유
레이코프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식이라는 말은 기억하고, 이해하고, 아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배우고 알아가면서 살아갑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기억하고 알아가는 것은 눈으로도, 냄새로도, 맛으로도, 피부의 느낌으로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인간은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말과 글로도 세상을 인식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해 주는 말을 통해서, 읽은 책을 통해서 세상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이나 글, 그러니까 언어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잠깐 생각해 보기로 해요. 예를 들어 보도록 하지요. 우리는 지금 막 어떤 이름을 들었습니다. 이름이 ‘슈풍크’라고 하는군요. 하하, 웃긴 이름이에요. 그런데 웃으면 안 될 것 같군요. 아마존 숲 속에서 어떤 탐험가가 얼마 전 발견한 이 슈풍크라는 것은 공룡 같은 동물이라고 하네요. 오, 그럼 상당히 무섭겠어요.
물론 슈풍크는 지금 지어낸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여러분은 이 설명을 듣고 무슨 상상을 했나요? 슈풍크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슈풍크는 위험한 동물일까요, 순한 동물일까요? 우리는 슈풍크라는 동물을 알아갈 때 간단히 한 마디 말로 그 동물을 이해했습니다. 무엇이었나요? 네, 맞아요. 바로 ‘공룡’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슈풍크는 공룡은 아니었지요. 공룡 ‘같다’고 했었지요. ‘~같다’는 표현을 통해 슈풍크는 공룡은 아니지만 공룡과 비슷한 몸짓, 무서움 등등을 상상했어요.
이렇게 우리는 세상을 인식할 때 비유를 사용합니다. 비유는 ‘~같다’라고 표현하는 직유와 ‘내 마음은 호수요’와 같은 싯구처럼 어떤 대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가 있습니다. 직유와 은유 모두 소설과 시 같은 문학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표현 방법이에요. 그런데 이 비유는 문학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에요. 레이코프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할 때에도 이런 비유들이 사용된다고 말합니다. 마치 ‘공룡 같다’라는 표현을 통해 슈풍크가 무엇이었는지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레이코프는 특히 은유에 주목합니다. 은유는 ‘~같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빗대어 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교묘하게 의도를 숨기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해요.
은유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요.
예를 들어볼까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있습니다. 이 두 개의 당이 균형을 맞추며 미국 정치를 이끌어나가고 있어요. 그런데 민주당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공화당에서 ‘세금 폭탄’이라며 공격을 했습니다. 이런 표현이 나오자 이상하게도 가난한 사람들도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왜냐면 ‘폭탄’은 나쁜 말이고, 그것이 ‘세금’이라는 말과 붙자 ‘세금’은 무조건 나쁜 말처럼 느껴져 가난한 사람들도 불리한 정책이 될까봐 그랬던 것이었죠. 그러니까 ‘폭탄’이라는 은유가 부자들이 세금을 내는 법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한 것이죠.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까지 자신에게 불리한 법이라고 인식하게 되자 민주당에서 나서서 아무리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법이라고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어요. ‘폭탄’이라는 부정적인 은유가 너무 강력하게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해 버렸기 때문이었어요. 민주당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법이 ‘폭탄’이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폭탄’이라는 비유만 계속해서 생각했지요.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해서 코끼리를 생각했던 앞의 문제와 비슷하게 말이지요. 이렇듯 무엇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일은 그것만 생각하게 하는 결과를 일으킨다는 것이 레이코프의 주장이에요.
이런 일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또 우리가 토론할 때도 많이 활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은유가 이런 식으로 우리의 생각을 만들어 나간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지요? 레이코프의 이 이론은 우리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을 잘 꿰뚫어 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은유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일상생활에서 잘 찾아보아요. 또 말할 때에도 비유를 활용해 보기로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이나 시처럼 은유와 직유를 자주 사용하는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많이 읽을 만큼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이는 비유들이 잘 보일 테고, 또 우리들도 더 잘 활용하게 될 테니까요.
-끝-
레이코프 박스 내용
다음 중 은유가 사용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1. 내 마음은 호수요.
2. 나는 꽃미남 영화배우에게 빠져 있다.
3.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았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정답은 모두 다입니다. 보통 1번만 은유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2번에는 ‘빠져 있다’는 동작과 그 동작의 상태가 나의 마음에 빗대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런 마음을 우리가 이해할 때 어떤 구덩이 같은 곳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태를 연상하게 되요. 3번 역시 ‘솟았다’라는 동작을 나타내는 낱말이 ‘화’에 붙어 있어요. 이는 마치 송곳처럼 뾰죽뾰죽한 것이 올라오는 것을 연상시키죠. 때로는 이 은유 때문에 화가 나면 피가 몸에서부터 머리로 ‘솟아’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없어요. 은유 때문에 그렇게 인식하게 된 것 뿐이지요.
**** 이 원고는 편집 전이기 때문에 잡지에 실린 것과는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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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똑똑한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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