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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프랜즈 2010년 12월호

 




보드리야르

광고 속 물건과 물건의 이미지,

나는 그 물건이 꼭 필요해 산걸까요?


김채린

 

 

광고 속에 있는 물건이 갖고 싶어요.

늦은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시 쉬면서 텔레비전을 보아야겠습니다. 마침 광고를 하고 있군요. 멋진 남자 배우가 매끈한 차에서 내립니다. 차가 무척 비싸 보입니다. 근사한 양복 재킷 안쪽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군요. , 핸드폰 광고인가 봐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전화를 받는 모습이 지적으로 보이네요. 외국인들과 토론을 하며 일을 냉철하게 마무리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군요. , 정말 근사한걸요. 광고를 보고 나니 왠지 내 핸드폰이 초라해 보입니다. 나도 능력 있고 냉철하며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요. 광고 속에서 본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하면 사람들이 날 지적인 사람으로 봐 주지 않을까요?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정말로 핸드폰을 바꿀까 봐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꼭 그 핸드폰을 가져야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일까요? 그 핸드폰에는 들고 통화만 하면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무슨 마법이라도 걸려 있나요? 사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런데 왜 광고를 보고나니 지적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그 핸드폰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걸까요. 지적이고 능력 있는 것과 핸드폰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대중문화와 미디어를 분석한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런 것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광고를 보고 내가 왜 저게 갖고 싶어졌을까, 저 광고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서 말이지요. 우리 친구들처럼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철학자가 있답니다. 바로 장 보드리야르라는 사람이에요. 보드리야르는 1929는 프랑스 북동쪽에 있는 랭스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불과 얼마 전인 2007년 사망하기까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책을 썼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중문화와 미디어 등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였지요. 특히 시뮬라시옹이라는 책은 보드리야르가 쓴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 대중문화와 미디어, 그러니까 텔레비전이나 영화, 라디오, 신문 같은 매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만큼 보드리야르와 그의 책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와 그 사회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행동들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준 것이지요.

시뮬라시옹에서 보드리야르가 이야기한 심도 깊은 철학들은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 했던 내용들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었던 광고를 다시 떠올려볼까요? 광고 속에서는 핸드폰과 지적이고 냉철한 느낌이 연결되어 있어요. 지적이고 냉철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 핸드폰을 사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잖아요. 우리는 보통 이럴 때 그 핸드폰은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 셔츠는 모범생 같은 이미지야. 저 가방은 우직한 이미지인걸. 우리는 종종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지요? 그런데 이 이미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요. 이 이미지와 물건은 어떤 관계가 있지요? 물건이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물건이 정말로 지적이거나 능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셔츠는 모범생이 아닙니다. 사람이 모범생이지요. 마찬가지로 핸드폰이 지적인 것이 아니라 지적인 것은 사람이에요. 만약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열심히 책을 읽고 무언가를 분석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한낱 핸드폰을 갖는다고 우리가 지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핸드폰은 그저 물건일 뿐입니다. 전화를 걸거나 받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을 가진 도구이지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핸드폰의 기능 때문이 아니라 핸드폰이 갖고 있는 지적인 느낌, 이미지 때문에 광고 속의 핸드폰으로 바꾸기도 해요. 핸드폰의 기능과는 전혀 관계없이 뒤집어쓴 이미지때문에 말이지요. 보드리야르는 이런 이미지를 기호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물건의 기능이 아니라 이런 기호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즉 우리는 핸드폰을 소비한 것이 아니라 지적인 기호를 소비한 것이지요.

 

광고 속 기호와 기호를 소비하는 우리들

이것은 모두 광고라는 매체가 만들어낸 일입니다. 광고가 아니었다면 핸드폰은 자신의 기능과 전혀 연결될 수 없는 지적인 느낌, 즉 기호를 가질 수 없었을 거예요. 광고는 누군가의 삶을 상상해서 그것을 베껴왔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상상 속의 인물은 굉장히 지적이고 냉철하며 지적인 사람일 거예요. 그 사람이 이 핸드폰을 쓴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겠지, 생각하며 광고를 만들었겠지요. 이렇게 무언가를 베끼는 행위를 시뮬라시옹이라고 부릅니다. 보드리야르는 매체들이 수없이 시뮬라시옹을 하면 무엇을 베꼈는지,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말했어요. 사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지적인 남자가 실제로 광고처럼 멋진 삶을 사는지, 광고 속 핸드폰을 실제로 사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핸드폰이 정말 지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거나, 지적인 사람들이 정말로 그 핸드폰을 갖고 있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핸드폰을 삽니다. 그저 시뮬라시옹 되어 있는 광고와 그 시뮬라시옹을 통해 얻어진 기호만 중요하지요. 즉 그저 지적인 느낌만 있으면 충분해요.

이 모든 일들은 그저 한 사람의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아닙니다. 뉴스와 신문, 드라마 광고, 영화 등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에요. 그 속에서 진실은 왜곡되고 우리들은 기호만 갖고 있으면서 실제로 어떤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허다합니다. 핸드폰만 갖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무식한 내가 지적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기업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정치권력들은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행하기 위해 이런 시뮬라시옹을 이용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보드리야르가 이야기 한 것처럼 여러분은 기호만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의 기능은 무엇이고, 그 물건과는 실제로 관련이 없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이미지, 기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하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해요. 그렇게 하면 아마 정말로 지적인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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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블로그는 자료 정리와 기억 용이지만, 인쇄된 글들을 비교적 최근 것부터 정리를 좀 해보려고 한다.
물론 엮어서 책을 내는 것이 목표.


리딩 프랜즈는 초등생 용 논술 잡지로 나름대로 깊이 있는 수준이지만
초등생 용이다보니 아무래도 간략하고 쉬워야 한다.
철학자를 소개하는 코너는 그래서 주요한 개념 하나만을 잡아서 쉽게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아마 철학적 개념이 잘 와 닿지 않는 대학생들도 이런 글을 보면 아마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로 이 글은 편집을 보기 전, 내가 탈고한 최종본이고,
잡지에 실린 것은 편집자가 약간 손을 댄 것이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참고로 편집자가 손을 댄 부분은 오히려 오해의 여지를 만들거나 틀린 용어를 사용한 경우들이 많아서
(참고로 보드리야르 원고는 책 제목을 틀리게 수정했다. ㅠㅜ)
뭐, 그런 실수들은 종종 할 수 있으나
원래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더 낳겠다고 판단해. 그렇게 하였음.; ;;;



여튼, 시간이 날지 모르겠지만 시간 나는대로 올릴터.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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