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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프랜즈 2011년 1월호
** 그림은 라파엘 전기 화가인 존 에버릿 밀래이스가 그린 러스킨. 배경은 스콧랜드의 그렌핀라스.
존 러스킨
사람을 생각하는 경제
착한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김채린
부자가 되고 싶나요?
여러분은 ‘기업’의 최대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어리둥절하지요? 자,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여러분이 큰 회사의 회장님이 되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요? 하지만 큰 기업의 회장님은 아마 정신없이 바쁘고 고민해야 할 것도 많을 거예요. 우리는 상상 속에서나마 그 고민을 해 보기로 해요. 회장님이 되었으니 회사를 운영해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회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요? 역시 돈이겠지요? 그렇다면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돈이 될 수 있겠군요. 회사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곳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적은 돈을 투자해서 큰 이익을 얻으면 되겠지요. 투자하는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얻는 이익이 크면 클수록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요? 그럼 회장님이 된 우리도 부자가 되겠네요. 행복하겠어요.
자, 그러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우리는 앞에서 이야기 했었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어보아요. 아침에 출근해서 서류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쓰는 회사원이에요. 어느 날 회사에서 이익을 늘리기 위해 투자는 적게 하겠다고 하네요. 그러다보니 사원들에게 주는 월급도 줄이겠다고 그래요. 사원들에게 주는 월급을 줄이면 회사는 그만큼 돈을 아낄 수 있으니 이익도 늘어나겠지요. 그런데 사원이 된 우리는 썩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네요. 당장 생활비가 빠듯해질 거예요.
또 다른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우리는 그 기업에서 나오는 물건을 사는 소비자입니다. 기업은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기업에서는 자신들이 파는 물건을 팔지 못하게 막고 그 물건의 가격을 3배로 올렸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요? 너무 비싸니 그럴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어쩌지요? 그 물건이 만약 약이라면, 몸이 아픈 어머니가 그 약이 없으면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면 어떻게 하겠나요? 섣불리 사지 않겠다고 말하지 못할 거예요. 아마 빚을 얻어서라도 그 약을 살 것이고, 3배가 아니라 5배, 10배로 가격이 뛰어도 약을 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무척이나 가난해지겠군요. 슬퍼집니다.
함께 사는 사회 속의 경제
이제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보았어요. 보통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싼 가격에 사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아라.” 이것이 부를 쌓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는 것이지요. 부자가 되기 위해 이 원칙을 지키려고 보니 위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 같네요.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뺏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부자가 되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난해지고, 해를 입게 된다면 왜 부자가 되어야 하나요? 부자가 되는 일이 곧 나쁜 짓을 하는 일인데 말이지요. 또 사람들은 기회만 닿으면 그런 부자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는 않을까요? 만약 이런 식으로 사회가 움직인다면 아마도 그 사회는 불행한 사회일 것이고, 부자 역시 행복하게만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존 러스킨이라는 사람은 경제학의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한 유명한 사상가입니다. 그는 1810년 영국 런던의 부유한 포도주 상인 집에서 태어나 1900년에 사망했습니다. 그는 문학, 회화, 건축 등과 같은 예술에 조예가 깊어 『근대 화가론』이라는 유명한 비평집을 내기도 했고 자연과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의 사상을 펼친 똑똑한 사람이었어요. 『예술의 경제학』, 『베네치아의 돌』, 『티끌의 윤리학』,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읽히고 있는 유명한 책들이에요. 특히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라는 책은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경제학의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철학적으로 성찰해 보게 하는 훌륭한 책이에요.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라는 책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앞에서 상상해 보았던 일들에 대한 해결점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러스킨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문제는 그 가운데 ‘인간’이 빠져 있다고 지적해요.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인간인데, 그 인간을 기계처럼 생각했다는 것이지요. 돈을 버는 것도 인간, 일을 하는 것도 인간, 부자가 되는 것도, 가난해 지는 것도 모두 인간입니다. 그 ‘인간’들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이 때로는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게 하기도 하고 더 나태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좋은 부자가 만드는 좋은 사회
러스킨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아는 것이 많은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요? 아는 것이 많은 의사보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위로해주며 아픔을 나누려고 하는 의사가 더 훌륭한 의사일 것입니다. 또 법조항을 더 많이 외우고 있는 판사가 좋은 판사일까요? 그보다는 공정하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정의로운 판사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겠지요. 기업이나 부자들도 마찬가지에요. 기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만 하는 곳은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곳에서 일을 하고 받은 돈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아이들 공부도 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에서 나온 물건을 쓰고 이용하지요. 기업은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을 헤아려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 즉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일 거예요. 이런 기업은 당장 이익이 좀 적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기업을 더 많이 좋아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그 기업도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사회와 함께 나누려고 하고 많은 기부금을 내기도 하는 이유일 거예요.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사회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것도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도와줘야 부자가 될 수 있어요. 내가 부자가 되겠다고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뺏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러스킨과 함께 어떻게 하면 착한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로 해요. 혼자서만 부자가 되는 것은 나쁜 일이니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되겠지요? 이런 고민을 많이 할수록 우리 사회는 분명 더 아름다워질 거예요.
-끝-
** 이 글은 편집전 최종 탈고본.
p.s 지극히 존경할만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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