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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상세보기
김훈 지음 | 학고재 펴냄
그해 겨울, 47일 동안 성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작가 김훈이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병자호란 당시, 길이 끊겨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치욕스런 역사를 보여준다. 1636년 병자년 겨울.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진격

소장형태: 소장


올해 초, 읽다가 바빠서 멈추었던 이 소설을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은 너무 사소하고 빈약하다. 이 사소하고 빈약함이 휘청휘청 기둥을 이루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있다. 분명,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소하고 빈약한 것이 감동스럽다.
김훈의 내공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그는 감동스럽다.

나는 그의 문장을 늘 사랑해 왔다.


*

최근, 아주 오랜만에 영화 두 편을 보았다. 한 편은 크로싱이었고, 다른 하나는 i'm not there 였다.
크로싱은 너무 가벼운 영화를 피하다가 선택한 것이었고,
아임낫데어는 룸메의 강력한 욕구 때문이었다.

문학의 시대가 오래전 끝이났듯이, 영화의 시대도 끝이 났다.
이 두 영화는 오래전 끝난 것들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정치적인 것을 제외하면 오래전 끝난 것을 붙잡는데 실패했고,
다른 하나는 오래전 끝난 것을 붙잡기는 하였으나 소통에 약간은 실패했다.

문학과 영화가 끝난 오늘,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걸어야 할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이것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곧 문학과 영화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뜻한다.
문학과 영화는 이제 완전한 매체로서의 역할 외에는 그 어떤 유혹도 할 수 없다.

불행한 시대이지만,
불행은 늘 누군가에게는 행운의 기회이다.

그러나, 전체적 질과 양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취미와 영화를 취미로 갖지 못하는 독자와 관객에게는
명백한 부동의 불행이다.

*

요즘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
한동안 미친듯이 모든 뉴스를 뒤졌지만, 지금은 지쳤다.
남한산성을 읽으며 문득 갇힌 삶에 대해 정의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갇힌 삶보다 갇히지 않은 삶을 정의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는 일이 답답하다.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뉴스는 그것들을 확인시켜주고,
그래서 뉴스 보는 일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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