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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은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각색해야 한다면 그것은 그 작가와 맞장을 뜨는 것을 의미한다. 각색 자체가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나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다면 그저 리뷰나 평론으로 족하다. 명작이 다시 내 손을 거쳐야 한다면 그것은 나의 작가성이 그의 작가성과 싸우고 논쟁하고 화해하고 다시 싸워야 한다. 내 이름을 통해 그가 다시 해석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가 완전히 다시 태어나야 한다. 상대는 전 역사를 통틀어 남은 손가락으로 꼽는 작가이다.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는 손해볼 것이 없다. 내가 맞장을 떠서 진다한들 위대한 작가의 위대성은 손상되지 않고 내가 그 맞장 안에서 무언가 남겼다면 그것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내가 죽은 사람을 존경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는 어차피 죽었고 이 시대는 내가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든 이 시대를 견뎌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고 나의 선택이며 나의 해독법만이 유효하다. 위대한 작가에게는 그를 만들어낸 위대한 시대가 있었다. 위대한 작가의 죽음을 쥐고서 그 이름에 기댈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남겨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무엇이 되든 미친척하고서라도 맞장을 떠야한다.
facebook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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