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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뉴스연재
이중언어 구사하면 더 똑똑해질까
언어결정론과 연관된 연구결과 발표돼
스탈린이 다스리던 소련 전체주의 체제를 모델로 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는 빅브라더라는 수장이 개인의 자유와 사상을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소설에서 빅브라더가 사상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로 ‘언어’다. 원래의 의미에서 벗어난 ‘뉴스피크’라는 새로운 언어로써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뉴스피크의 특징은 비판적 의미를 지닌 단어 수가 적고 약어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은 잘못된 통치 체제를 비판하려고 해도 그런 생각 자체가 떠오르지 않아 못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빅브라더의 의도다.
조지 오웰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1940년대에 제기된 ‘언어결정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벤저민 리 워프 등이 주장한 이 가설은 ‘인간의 습관적 언어 또는 문법이 언어 사용자의 세상을 보는 방법이나 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언어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결정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에스키모의 어떤 언어공동체에는 ‘눈(snow)’에 해당하는 단어가 다른 언어에 비해 훨씬 많으며, 수(數)에 관한 단어가 ‘하나’, ‘둘’, ‘많다’의 셋밖에 없는 브라질의 수렵채취 종족인 피라하족은 셋 이상의 수를 셈하는 걸 매우 힘들어한다는 식이다.
또한 일본어 사용자들은 형태보다 물질을 기준으로 하여 사물을 분류하는 경향이 있으며, 한국어 사용자들은 사물의 상호 조화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러시아어 사용자들은 영어 사용자들보다 푸른색을 더 잘 구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많은 언어학자나 인지과학자들은 이런 언어결정론을 부정한다. 그런 연구결과들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고작해야 언어와는 무관한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에스키모의 일부 언어에서 ‘눈’을 가리키는 각기 다른 단어는 ‘내리고 있는 눈’,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눈’, ‘땅에 쌓인 눈’, ‘바람에 흩날려 한 곳에 쌓인 눈’ 등이다. 즉, 눈을 뜻하는 단어가 하나뿐인 다른 언어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마찬가지로 피라하족들이 셋 이상의 수를 헤아리는 데 서툰 것은 그들의 언어에 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렵 채취 활동에서 수 계산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만약 언어가 인간의 사고나 세계관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면 실어증 환자의 경우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느냐는 극단적인 질문으로 언어결정론을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이중언어 사용자는 세상 바라보는 눈 달라져
이 같은 논쟁은 언어결정론이 등장한 1940년대 이후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달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언어결정론과 연관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랭카스터대학교의 파노스 아타나소풀로스 교수팀이 발표한 이 연구결과는 언어결정론에 대한 고전적 논쟁을 역발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서로 다른 언어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는지를 추적한 것이 아니라 이중언어 사용자들의 경우 두 가지 세계관이 공존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선 연구진은 영어와 독일어 사용자를 각각 15명씩 모집해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운전하는 장면, 혹은 걷거나 달리는 장면을 보여준 후 각 행동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추측하게 했다. 그 결과 독일어 사용자들은 행동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영어 사용자들은 행동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이들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연구진은 영어와 독일어에 모두 능통한 사람 30명을 대상으로 하여 한 가지 언어를 차단하는 ‘언어간섭’ 기법을 이용해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영어가 차단될 경우 실험 대상자들은 전형적인 독일어 사용자처럼 행동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독일어가 차단될 경우 전형적인 영어 사용자처럼 행동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
연구진은 이에 대해 영어는 행동을 시간에 귀속시키는 문법 도구를 갖고 있어서 사용자가 결말을 생략하고 행동을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독일어에는 이런 문법도구가 없다 보니 사용자가 사건의 시작 및 경과, 결말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할 때 독일어를 사용할 경우 자신의 행선지(행동의 결과)에 중점을 두는 반면, 영어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신의 여행(행동)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이는 이중언어 사용자들의 경우 구사하는 언어에 따라 그때그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중언어 사용자들은 여행을 할 때 두 가지 관점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마치 스테레오로 음악을 들을 때 더욱 풍부한 음량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중언어 유아들은 인지기능 더 뛰어나
지난해 8월에는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유아들의 경우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유아들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빨리 인식하고 새로운 이미지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등 인지기능에서 장점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싱가포르 임상과학연구소(SICS) 등의 단체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중언어 조건의 유아들이 단일언어 유아들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새로운 이미지에 대해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신규 선호’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연구들에서 이런 현상을 보인 유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IQ 테스트나 단어 테스터에서 더 뛰어난 성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중언어 조건의 유아들은 동시에 두 가지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더 많은 정보 처리가 필요하므로 대처하는 기술이 발달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가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이유는 그곳이 다른 국가와 달리 영어 및 중국어, 인도어, 말레이시아어가 모두 공용이어서 많은 유아들이 이중언어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중언어를 경험한 유아들의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효과가 특정 언어에 기인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중언어 사용자의 경우 두 가지 세계관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는 랭카스터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실험실에 조성된 인위적 환경으로 인해 참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보다 더 언어에 의존한 것 같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과학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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