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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음지 문화가 메이저로 넘어오게 되는 이 흐름에 누군가가 미쳤던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 토론에서 벌어진 최악의 발언 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떠드는,
마치 선거법이 없는 듯인양 네거티브를 하는 일들이 어떤 해악으로 귀결되는지 기록하고자
꽤 괜찮은 글을 하나 가져와 본다.
이곳은 나중에 게시판이 없어질지도 몰라서, 일단 끌어와 기록.
마지막 토론에서 이준석의 '젓가락' 발언으로 인해 온통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어린 자녀들을 포함해 전 국민이 보는 대선 후보 토론장에서 굉장히 폭력적인 워딩을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옮긴 행위는, 제 아무리 인용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해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특정 연예인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있는 걸 차치하고라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듣는 순간 매우 불쾌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많은 게시글에서 이미 논의가 되었으니 추가 논의는 불필요하다 생각되어 생략하겠습니다.
이번 이준석의 네거티브가 역대급으로 끔찍하고 추악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미개한 악습인 연좌제를 꺼내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의 잘못을 아버지가 대신 지는 것, 누군가의 잘못을 그의 친족에게 전가시켜 사과를 강요하거나 정치적 책임을 물으려 하는 것은 사실상의 연좌제나 다름 없습니다. 명문상 연좌제는 1894년 갑오개혁 때 이미 폐지되었습니다. 오래전 조선 시대 사람들조차 연좌제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날 대선에서 후보 가족에 대한 의혹 제기를 통한 정치적 공격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 사건들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왜냐하면 그런 거의 대부분의 사건들은 의혹의 소재가 가족인 것이지 본질은 '후보'에 대한 의혹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유명한 대선 후보의 가족 의혹은 누가 뭐라 해도 이회창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죠. 얼핏 보면 아들 문제인 것 같지만 본질은 후보인 이회창의 문제입니다. 이회창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아들의 신체검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가가 핵심입니다. 당장 지난 대선 김건희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의 직계 존비속과 달리 배우자는 영부인 지위가 있고, 그에 대한 의전, 경호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는 사실은 별론으로 하겠습니다. 누구보다 공정한 법과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해야 할 검사였던 윤석열이 김건희와 그녀 일가의 수많은 비리 의혹들을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덮어주지 않았느냐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윤석열과 완전히 무관한 김건희 개인 의혹인 ‘쥴리’ 같은 것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빌미로 후보가 직접 윤석열에게 해명하라며 공격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이 밖에도 여러 정치인 자녀들의 마약 의혹들도 ‘왜 처벌이 솜방망이인가, 어떻게 공항에서 안 걸리고 숨겨 들어올 수 있었는가, 마약 구입 자금은 어디서 났는가’ 등 소재가 자녀일 뿐, 본질은 부모인 정치인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추미애 자녀 의혹 역시 ‘어머니가 아들의 휴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가’가 핵심이고, 이동관 자녀의 학폭 문제 역시 아들의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이동관의 ‘무마 의혹’입니다. 조국 사건도 마찬가지로 조국이 자녀의 입시, 시험 등에 부정을 행사하면서까지 도움을 주지 않았는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지난 동탄에서 이준석이 제기했던 갭투기 등 공영운의 자녀에 대한 의혹도 자금의 출처가 부모로부터 온 것이고 공영운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면 이준석의 문제 제기 그 자체만으로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중에 드러났듯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공격한 게 문제죠. 당시에도 이준석은 단순 의혹 제기 수준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아님말고식 네거티브로 일관했습니다. 이준석은 그 삐뚤어진 승리 공식을 완전히 내면화 한 경지에 이르렀고 오늘날의 괴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의혹의 소재가 가족인 것이지 본질은 정치인 본인에 대한 문제 제기이고, 그도 아니라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부모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약하게 묻는 선에서 그칩니다. 그런데 이번 이준석의 문제 제기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제기된 의혹이 전부 사실이라 가정하더라도 100% 순수 이재명 아들 개인의 문제죠. 대선이라는 국가 단위의 가장 큰 선거에서, 겨우 사전 선거를 며칠 남기고 미성년자도 아닌 장성한 아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쓴 글에 대한 책임을 아버지에게 묻는 기괴하고도 추악한 네거티브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끔찍한 워딩을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옮겼다는 문제 말고도, 사실상의 연좌제로서 연대 책임을 묻는 정치판 최악의 행태입니다. 오래전부터 얘기했듯이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고, 또 해왔던 것이 바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의 본성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아들이 쓴 글이 맞다며 이준석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고 신나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지, 사실이라고 해서 상술한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인 쟁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해당 사건의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처럼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방식인데, 이것만 보아도 이준석과 개혁신당, 그의 극성 지지자들의 수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준석이 올린 '천찍자지' 포스터 논란, 전여옥 "준돌이 트라우마 떠올려" https://m.mbn.co.kr/news/politics/4903362?ty=e2 과거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천아용인'의 홍보랍시고 기획한 이준석의 비단주머니죠. 더 설명할 것도 없이 천박하고 저질스럽습니다. 원조는 홍준표였고 당시에도 상당한 비판을 받았는데, 이준석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센스 있다. 젊은 층에 먹히겠는데?' 정도로 생각해 그 끔찍한 홍보 문구를 벤치마킹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언제나 할 말과 못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런 도덕과 배려 없이 주위의 이목을 끌어 추천을 받고 순간의 재미와 조롱, 정치 밈을 추구하는 커뮤니티식 정치를 해왔던 것이 이준석인데, 그동안 딱히 언론의 질타도 없었으니 이런 것들이 문제라는 기본 인식이 없습니다. 잘못됐으면 스스로 인식하고 교정해야 하는데, 잘못이라는 인식이 없으니 같은 행태를 반복하다 이번에 크게 터진거죠.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당시 '천아용인'의 공식 홍보 포스터인데 워낙 저질스러워서 위에 링크한 기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언론이 해당 부분을 차마 그대로 옮기지 못하고 '천찍OO'로 자체 검열하여 기사가 나갔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워딩을 옮기는 것은 제 아무리 인용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면죄부가 발급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준석은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 가 기본도 지키지 못 하고 대선 토론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귀를 테러했습니다. 이준석은 이런 기본적인 상식과 사회성이 부족하다보니 자신에게 불어닥칠 비난 여론은 생각지 못 하고, '사람들이 이재명 아들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되면 이재명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겠지?' 정도의 아메바 수준의 생각으로 일부러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워딩을 사용해서 질렀을 겁니다. 토론 전날 이준석은 자신에게 제기된 뉴스타파 의혹에 대해 '가세연' 운운하며 근거 없다고 일축했는데, 바로 다음 날 열린 대선 토론에서 '가세연'의 보도를 토대로 이재명을 공격하는 건 재미있는 광경이죠. 토론 전날 내용 없는 해명글을 올리는 대신 "내일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 멸망할 거야. 피자 시켜놓고 딱 기다려"라는 말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대선 토론 직후, 다른 의미지만 진짜로 커뮤니티가 터지긴 터졌으니 전설의 레전드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해방 전 장인의 좌익 활동 의혹으로 인해 계속 고통받았던 노무현이 정면 돌파하며 나왔던 유명한 말입니다. 요새 입만 열면 노무현 타령을 하는 이준석이 어이없는 이유가 이런 부분에 있죠. 당사자와 상관없는 이슈는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물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상식입니다. 더구나 전통적 가족관이 아닌 독립된 주체로서의 개인을 중시하는 리버럴적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준석의 연좌제성 네거티브 방식은 더 끔찍하게 느껴져 크게 분노해야 정상입니다. 입만 열면 자유와 개인 타령하는 사람들의 신념이란 한낱 화장실 휴지만도 못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적 합의와 금기를 대선 판에서 완전히 깨버린 정치인이 이준석입니다. 당장 눈 앞의 정치적 이익만을 쫒아 구태의 향연을 펼치는 정치인이 개혁을 운운하며 '압도적 새로움'의 기치를 내걸고 있으니 정말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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