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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아침, 자고 일어나 폰을 켜 보니 폰은 먹통이 되어 있었다.

간절히는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기대했던 미래는 그저 과거가 되어 사라져 가고 있었고,

잠시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그 순간이 왔다.

새로운 해의 시작, 이라고 해 봤자 늘 똑같은 하루일 뿐이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워야 한다는 그 의무 속에서도 꽤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고장난 전화기를 AS 맡기고, 너무 오래 걸리는 수리 때문에 임대폰을 무상대여하고,

그러고 정신을 차려보니 새 해가 닷새나 지나있었네.

 

다시 또 새로운 꿈을 꾸고,

적어도 꿈이라는 단어는 너무 허무하고 현실적이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적절한 단어는 찾지 못했으므로

여전히 꿈을 꾸고

이제는 좀 더 간절한 계획을 세워본다.

 

이제까지 내 삶에 부끄러울 것은 없지만, 뭔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내년 상반기에는 새 책이 나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기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기를 (오, 제발).

발레를 더 많이 해, 예전 전성기때처럼 3~4바퀴 턴과 삐루엣을 돌 수 있기를.

더 많은 책을 읽게 되기를.

가슴 벅찬 훌륭한 공연과 영화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영어와 프랑스어를 더 잘 할 수 있게 되기를.

일본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라틴어가 더 늘어, 공룡 이름의 뜻을 다 알게 되기를.

뜻이 통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를,

그 중 사랑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기를,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이 구글링을 했을 때 부끄러워지지 않게 되기를.

꿈을 꾸고 있지만 그 단어가 몽롱하다고 해서 내 삶조차 몽롱해지지 않게 되기를.

 

그리고

내 나이가 부끄럽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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