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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성공복증후군연구

massacre

지.리 2013. 1. 9. 15:40

나의 작년의 마지막과 올해의 시작은 massacre로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은 분명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진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고

나는 완전히 심란함에 빠졌다.

 

학교에서 총기 살상을 벌이는 것을 '총기 난사'로 표현하는 우리와는 달리 '학살'이라고 번역되는 Massacre라는 단어를 쓰는 영어, 불어권 덕분에

원하지 않게 계속되서 나는 massacre와 관련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

 

그래도 싸이코 패스이기는 하나 어떤 한 미친놈으로부터 일어난 비극은 다분히 인문학적, 문학적 접근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일어난 학살은 어쩌면 다소 우아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일어난 학살은 상당수가 은폐되어 있고 그것은 미군이 가해자였기 때문이었다.

북한도 그것을 고발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자료들은 미술 작품이거나 일러스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살의 장면이 아름답게까지는 아니어도

비교적 이 모든 것들은 우아함과 인간성을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난징 대학살에 이르러서는 이것은,

이것 역시 서구에서는 비교적 은폐되어 있기는 하나 중국은 많은 자료들을 발굴하여 데이터로 만들어 놓았고

우리는 손가락 몇 개만 이용하면 널부러져 있는 아기들과 그 아기들의, 발가벗겨진 엄마들과 난도질 당한 청년들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서 일어난 학살이 우아하게 묘사되었다는 것에 다시 한탄한다.

 

괴롭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 인간들에게 미안하고, 내가 인간인 것이 부끄럽다.

학살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고, 은폐되어 있는 어떤 학살들은 몇 년 후 다시 우리는 어떤 보도 자료나 책에서 그 사진으로 목격하게 되겠지만

그때도 여전히 학살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DK가 물었다.

역사가 진보하고 있음을 믿느냐고.

그래서 대답했다.

적어도 인류는 노예를 해방시켰고,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었으며, 아동들의 권리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왔다고.

그러므로 인류는 적어도 과거보다 더 나아진 것만은 틀림없다고.

어떤 한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그것이 역사의 후퇴는 분명히 아닐 거라고. 더 먼 미래에 본다면 분명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거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가 전쟁 없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다만 기도할 뿐이다'라는 대답은 여기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우리는, 그리고 다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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