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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중
p. 143
남자 아이는 장점이 많다. 여자아이에 비해 공간능력이 우수하고 집중력도 높다. 사물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으며 감성과 이성을 분리할 줄 안다. 운동능력이 뛰어나며 도전정신이 탁월하다. 이러한 많은 장점을 가졌음에도 몇 가지 약점 때문에 남자아이의 유아기와 아동기는 패배감, 좌절감으로 얼룩지기도 한다. 남자 아이의 약점은 여자아이와 발달 순서가 다르다는 것, 그러나 그를 키우고 가르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라는 것이다.
1.
아무래도 아기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실 나에 대한 '전설' - 돌 때 글자를 읽고 기저귀를 차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엄마의 품에 안겨 목욕탕 락커의 숫자들을 읽었다는 이야기만큼 사실 나는 천재는 못된다. 어릴 때 반짝하는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늘 과시하는 것처럼- 나는 늘 거울을 보며 아, 나는 정말 천재군..이라고 말한다. - 정말 천재는 못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아들이 생기자 이 아이가 어떤 천재성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어쩌면 지나친 관심을 갖고 있고 심지어는 아이의 아빠까지도 아이의 천재성에 고민하고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는 아직 8개월.
그러나 아리아를 따라하고 노래에 관심을 가지며,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고, 간혹 박자도 맞추며, 피아노를 쿵쾅거리며 가야금과 기타를 퉁기며 논다. 몇 개의 단어들을 알아듣고, 말을 따라하지 못하지만 억양을 얼추 흉내내려고 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관찰하고 반응한다.
기대하지 않으려고 해도 기대하게 만든다.
무관심하려해도 아이의 내일을, 다음 달을, 돌을 기대하게 된다.
초연해질래야 초연해 질 수 없는 아이의 발달사.
혹여 내가 실망하더라도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혹시라도 내 실망이 들통나 아이의 행복이 어긋나버리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다짐을 해 보지만
아이의 천재성을 또 기대해버린다.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고,
독일어와 영어, 불어 노래를 불러주고
겨우 아는 스페인어 몇 단어와 일본어 몇 단어를 말해준다.
아기는 벌써 한국어와 영어를 구별한다.
그것을 보고 영어를 더 많이 말할 것인지, 적게 집중적으로 말할 것인지
고민하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아, 심호흡, 심호흡, 심호흡.
아기를 키우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천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행복하 아이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천재의 엄마보다,
행복한 아이의 엄마가
더 훌륭한 엄마이다.
2. 옛날에 누군가가 나에게 아기 엄마가 되면 극성스러운 엄마가 될 것 같다고 그랬다. 내가 코웃음을 치며 나는 애들 공부 잘 하는 것도 관심없고, 학원 같은 것도 안보낼 것이며 그냥 마냥 뛰어노는 아이로 만들거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
아, 그런데,
아기 아빠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큰일이다.
3. 신도시의 저렴한 아파트는 신혼부부들로 꽉 차있다. 오후 5시의 아파트 놀이터는 아기들과 아기 엄마들로 북적북적할 지경이다.
자주 나가지는 않지만 한번 나가면 친구가 생길 정도로 아기 엄마들은 다른 아기엄마들에게 호의적이다.
나는 한번 나가면 아기들 예방주사와 병원, 간식, 이유식까지 거의 상담사 수준이다. 둘째 애기 엄마들도 나에게 와서 간식을 물어보고, 약을 물어본다. 언제나 정보를 얻어야 겠다고 하다가 가르쳐만 주고 들어온다. 들어오며 왜 다른 엄마들은 기본적인 책을 안읽을까, 왜 다른 사람 말에만 의존할까, 의사와는 왜 상의하지 않을까, 궁금해하다가, 내가 극성인걸까? 생각해본다.
오, 설마 이건 아니겠지. ^^:;;;
그냥 똑똑한 엄마라고 믿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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