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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이 왔다.
경기도 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내 생애 첫 도서관 서비스를
엄청나게 이용하고 있다.
도서관에 가지 않고서도
무료로 택배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서비스 내용이 바뀌어서
한 달에 두 번만 택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슬프다.
이 책은 발행된지
십년도 넘은 책인데
내가 처음 빌려 보는 책 같다.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한동안 고흐의 편지에서 흘러넘치는 우울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는데,
어제 오늘
김환기의 글들을 읽고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글도 있다.
-순대 튀김아마도 부댕을 말하는 모양인데,
감자는 미리 껍질을 벗겨서 삶는다. 삶은 감자를 부엌에서 쓰는 조그만 쇠절구로 짓이긴다. 여기에 버터와 우유를 듬뿍 쳐서 약 5분 동안 짓이기면 무른 찰떡같이 된다. 이것을 넓은 양접시 한 편에 떠 놓고 그 다음엔 순대를(순대는 될 수 있는 대로 피만 넣어 만든 것이 좋다) 한 뼘 정도로 잘라서 버터 냄비에 튀긴다. 한 사람분 두 개면 족하다. 튀긴 순대를 버터와 우유로 범벅한 감자 접시에 곁들여 놓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며 먹는다.
이 요리는 점잖은 손님에게는 낼 수 없는 요리다. 허물 없는 친구나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인데 내게는 입맛이 없을 때나 혹은 심심해서 장난 삼아 만들어 먹는 요리 가운데 하나다.
이 한 가지로 식사가 되는데 여기엔 간한 술보다 컬컬한 우리 약주가 잘 맞는다. 내가 자랑하는 유일의 노르망디식 요리이다.
p. 74
50년대에 프랑스의 부댕을 먹는 화가의 모습을 상상하니 재미있다.
김환기는 생각보다 훨씬 남녀평등주의자였고, 김환기의 부인은 불어에 능통했으며,
서울은 생각보다 훨씬 전후 피해와, 식민시대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010년에 살고 있는 내가 생각할 때에는
김환기와 당시의 서울은 뭔가 아귀가 안 맞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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