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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최근 수년동안 마음을 쏟아내는 매우 사적인 글들은 쓰지 못했다.

DK의 강력한 권유로 페이스북을 시작했고,

지인들 덕분에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했지만

페이스북은 뭔가 매우 사적인 글은 적당하지 않을 것 같고,

카카오스토리는 산짱과 관련한 것, 특히나 그냥 산짱을 자랑하고 싶은 용도가 아니라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처음 그 목적이 헛갈린적도 있었지만, 뭐 지금은 모종의 반응들과 나의 순수한 실수들을 거치면서 정리가 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K가 아내 몰래 나의 홈피에 게시판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일이 생각난다.

아내가 보지 않는 곳에 글을 쓰고 싶고,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물론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그것을 몹시 불안해 했기 때문이었다. 주옥같은 글이기는 했으나 고작 몇 개월 유지하다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많은 것들이 끝났다.

아내의 눈길을 피하고자 한 것이 오히려 아내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그 불안함과 함께

그는 생활인으로서 생활에 압도 당했고, 그 포근함과 넓은 아량에 묻히고 말았다.

글을 쓰는 일은, 늘 그렇듯이 괴로운 일이다.

생활인다운 생활인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일상이 괴로움이 되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아내를 사랑하는 그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지만

덕분에 친구를 잃어버린 나로서는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연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거기에 포섭되지 않는 사람들과의 연대.

그 어디에도 안전함은 없다는 사실만 깨달아가고 있다.

 

오랜만에 아주 사적인 글, 정리 되지 않은 글을 쓴다.

그래, 나에게는 이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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