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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원고를 마무리하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마주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나는 여전히 찾지 못했다. 원망. 슬픔. 분노. 절망. 환멸. 죄책감 어느 것도 아니었고 이 모두를 다 합쳐도 부족했다. 그때 나는 우리 현대사에서 희망의 단어를 찾고 싶었다. 현실이 암담할 때 역사 말고 어디에서 그런 것을 찾겠는가. 그런데 개정증보판을 준비하면서는 완전히 다른 감정인 떨치기 어려운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2020년의 현실은 우리 자신과 역사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품고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역사는 그런 시간을 길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개정증보판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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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432 | ISBN 9788971999080
최근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내 눈과 귀와 머리로 이해한 바로는 옳은 사람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어 있고
그른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승리했다.
이 무너질듯한 절망에 한번은 분노했다, 한번은 슬퍼했다, 한번은 비웃었다가, 다시 분노했다.
결국 승리한 자는 감옥에 갈 것이고
정의로운 사람들은 다시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미약하게나마 가져보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이 그렇게 길게 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역사는 소설처럼 끝을 맺지 않는다.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고 그리고 고난도 다시 시작된다.
바디우의 문구들을 다시 펼쳐본다. 역사의 언저리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주목받지 못하는 언저리는 늘 존재하며
그 언저리들이 다시 승리해도, 거기에 포섭되지 못하는 언저리가 다시 존재한다.
그런데 승리하지도 못한 언저리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는 지금 바다 저 멀리 표류하고 있는 난민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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