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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형태: 소유
뤼신의
p. 48
4월에서 5월에 걸친 시기에는 버드나무 열매가 터지고 속에서 하얀 솜털 달린 씨앗이 나와 하늘하늘 공중에 떠다닌다. 마치 눈이 내리는 광경 같다. 가까이 이쓴 대사관 거리인 둥자오민샹에도, 성벽 바깥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만든 철도 징펑선과 징쑤이선 앞을 흐르는 수로에도 지금까지 버드나무가 남아 있다. 역에 내린 루쉰은 늦봄 저물어 가는 하늘에 흩날리는 버드나무 씨앗에 시선을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오른쪽에는 정양먼, 왼쪽에는 젠러우가 보이는 역앞 광장에서 루쉰의 눈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 역전에 모인 짐꾼과 양차(인력거)꾼, 말똥을 밝고 다니는 짐마차, 인신매매p.49꾼과 여관에서 나온 호객꾼 무리, 그들의 고함이 울리는 거대한 메아리의 도가니였을 것이다. 민도 중반에 이르러서는 경찰관이 역전 광장을 통제하기 시작하지만, 이때는 아직 무법지대에 가ᄁᆞᆸ도록 소란스러웠다.
그런 형국이었으니 뤼신은 주변에서 감도는 냄새에 코를 틀어 쥐었을지도 모른다. 광장을 둘러싸고 장사하는 노점에서 돼지 곱창 구이 ‘바도우’, 간장 국물에 돼지 허파와 옥수수 경단을 넣어 먹는 ‘댜오쯔’, 그리고 사골 국물과 칡을 섞은 미숫가루 ‘유차’ 참깨와 기장 가루로 끓인 간식용 죽 ‘몐차’ 따위가 풍기는 연기와 악취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사오싱이라는 온후하고 습한 땅에서 나고 자라 상하이와 난징 정도밖에 몰랐던 루쉰으로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중국 북부의 건조한 풍토에 흐르는 저속한 냄새에 당황해쓸 것이다.
하지만 이 지방 중국인들도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런 음식들이야말로 원나라와 명나라 때 생겨나 지금까지 이어지는 베이징 고유의 토착민의 맛이다. 게다가 이후 중국공산당이 대약진운동에서 실정을 저질러 일어난 대기근이나 문화혁명 같은 혼란과 정체를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은, 수도 베이징 뒷골목에 뿌리내린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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