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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장단, 남자친구보다 좋은걸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30/2014123000191.html

 

입력 : 2014.12.30 03:00 | 수정 : 2014.12.30 10:15

[농악 걸그룹 '연희단 팔산대']

잊혔던 여성 농악 계승한 20·30대 젊은 여성 단원들
"농악, 단순히 때리는 것 아냐, 상모 짓 하나에도 철학 담겨"
새해 첫날 '무풍' 앙코르 공연

"워메, 서울서 온 큰애기들이 예쁜 줄만 알았더니 힘도 세네."

지난 추석 국립극장의 '무풍(舞風)' 공연 이후, 이들은 전국 민속 예술 축제의 스타로 떠올랐다. 까마득히 잊혔던 여성 농악의 전통을 계승한 '연희단 팔산대'다.

팔산대의 주축인 20~30대 젊은 여성 단원 6명은 이제 '농악의 걸그룹'이라 할 만하다. 사물놀이와 살풀이, 아쟁·가야금 연주와 판소리까지 소화해 '가(歌)·무(舞)·악(樂)'을 동시에 펼치는 이들은 최근 정선 한국민속예술축제, 대한민국 아리랑대축제,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다. "장구 소리는 심장을 쪼개고, 신명이 나 휘휘 도는 모습은 울돌목의 소용돌이 같다"는 말도 듣는다. 이들은 "걱정해 주시던 주변 분들이 공연 때 신문에 난 모습을 보고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며 울먹였다.


		연습장인 천막 안에서 사진기 앞에 선 연희단 팔산대 멤버들은“사복 차림으로 서 본 적이 없어 어색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서은숙, 박보슬, 장보미, 배지원, 윤미정, 이송. /김지호 기자
 
 연습장인 천막 안에서 사진기 앞에 선 연희단 팔산대 멤버들은“사복 차림으로 서 본 적이 없어 어색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서은숙, 박보슬, 장보미, 배지원, 윤미정, 이송. /김지호 기자
장보미(상쇠), 배지원(부쇠), 이송(상장구), 윤미정(장구·징), 박보슬(소고), 서은숙(장구) 등 멤버 6명이 합숙 훈련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2012년 여수 엑스포 전통 마당에서 400회 가까운 공연을 할 때만 해도 30여 멤버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 나가고 이들만 남았다. 옛 호남여성농악단 단장의 아들인 채상소고춤 명인 김운태(51)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 현재 마포구 상수동 한강변에서 30평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이들은 하루 15시간을 연습과 운동에 몰두한다.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악기에 에어캡(뽁뽁이)을 씌우고 두드린다.

모두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국악·무용·인문학을 전공한 재원(才媛)으로, 뒤늦게 우리 장단과 가락의 매력에 신들리듯 취해 이 길에 들어섰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국악을 전공한 장보미는 남자 친구와 헤어져야 했고, 무용과 대학원에 다니던 윤미정은 엄마와 한바탕 싸운 끝에 집을 나와야 했다.

왜 그랬을까. "몸 안에 장단이 들어가니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요."(서은숙) "누군가에게서 배운 무슨 유(流)의 춤이 아니라 내 얘기를 담은 춤을 춰야 한다는 건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거였어요."(박보슬) 배지원은 "진실로 행복하다고 외치고 싶다"고 했고, 재일 교포 출신인 이송은 "마음을 열고 상대방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진짜 자유"라고 했다. 이들은 "농악을 해 보니 단순히 '때리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상모 짓 하나에도 섬세함이 깃들어 있고, 발바닥 움직임 하나에도 철학이 있었다는 것.

농악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난달 말, 이들의 공연 모습은 방송 뉴스 자료 화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2015년 새해 첫날을 '무풍'의 앙코르 공연으로 열게 된다. 이번 공연에선 창극과 신파·악극이 결합된 새 레퍼토리 '이수일과 심순애'를 선보인다.


▷'무풍 앙코르 공연' 내년 1월 1~3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 1644-8609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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