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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국내도서
저자 : 울리히 벡(Ulrich Beck) / 정일준역
출판 : 새물결 200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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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ll previously existing democracies, there have been two types of authority: one coming from the people and the other coming from the enemy. Enemy stereotypes empower. Enemy stereotypes have the highest conflict priority. They make it possible to cover up and force together all the other social antitheses. One could say that enemy stereotypes constitute an alternative energy source for consensus, a raw material becoming scarce with the development of modernity. They grant exemption from democracy by its own consent [143].” 



p. 280

적 아니면 우군이라는 상투적인 논리의 사회학



  근대로 이어진 혁명, 즉 봉건적 통치 형태의 폐지, 신이 정해놓은 질서를 인간이 정한 질서, 즉 의회로 대체시킨 것, 권력 분립 투표로 구성되는 정부 등 이 모든 성취는 19세기에 군 복무가 모든 시민에게 확대되면서 확립되었다. 보통 선거권과 국민 개병제(양자 모두 남성에게만 한정되었다)는 거의 동시에 태어난 쌍둥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산업 팽창은 전쟁 수행을 위한 산업화와 병행되었다. 무기 생산은 대량 생산이 되었다. 운송 체계의 건설은 민간과 군사 계획 수립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정치적 동원과 군사적 동원 간의 모순은 국내에 외적 행위 주체, 즉 상투적인 적이 있음으로 하여 사실 상 인식될 수 없었다. 

p.281

  과거에 존재한 모든 민주주의에는 두 가지 유형의 군위가 있었다. 즉 인민으로부터 유래하는 권위와 적으로부터 유래하는 권위가 그것이다. 이러저러한 상투적인 적들은 힘을 부여해준다. 상투적인 적이 갈등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모든 사회적 대립들을 은폐하고 억지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상투적인 적이 합의를 이루기 위한 대안적 동력원을 구성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원료는 근대가 발전하면서 점점 희소해진다. 상투적인 적은 스스로 찬성함으로써 민주주의로부터 예외를 인정받는다. 근대는 또한 권력과 관료주의를 군사적인 형태의 자기 정당화로 완성한다. 이리하여 군대, 국방상의 긴급 사태 등은 단지 지리전략적 개념이나 대외정책적 개념에 그치지 않게 된다. 사회의 모든 부분, 즉 생산, 노동, 법률, 과학, 국내 정책과 공공 영역에서 국내의 비군사적이거나 또는 군사적으로 승인된 조직 형태들도 함께 겨냥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민주주의는 군사적으로 분할된 민주주의이다. 군사적 동의는 민주적 동의를 제약하고 그 역 또한 마찬가지다. 완전히 확립된 민주주의는 국방상의 긴급 상황을 조장하고픈 의지를 없애버린다. 

  상투적인 적 없이도 근대의 실험에서 살아남고, 연이은 혁신이라는 청룡열차 속으로 진입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 나는 알지 못한다. 사실 민주화, 산업화와 군사화의 이러한 혼합은 일상사가 되었으며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잇다. 민족적 거만함과 자의성을 가져오는 국가로의 권력 집중, 국가보다 높은 권위의 결여를 바로 이런 집중이 가져오는 것, 즉 과거로부터 내려온 낡은 사회 질서의 폐지와 관련시킨다면 민족주의와 정치적 해방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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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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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

민주주의

북한

좀비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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