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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y

박진성 목숨을 걸다

지.리 2013. 11. 11. 17:05

목숨을 걸다

박진성


새벽 발작이 그어낸 동맥줄 손수건으로 싸매고 고대병원 응급실에 내 발로 걸어간 날 자해는 의료보험도 안 되어서 가난한 현금카드를 자꾸만 기계가 뱉어내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 일환이가 원무과 앞에서 꺼억꺼억 울고 있는거였습니다
天井에 매달린 형광등 하나가 목숨을 다하고 빛을 빨아먹고 있었는데 새벽빛이 링거액처럼 창문 틈으로 새어들고 있었는데


목숨 걸고 갚겠습니다 치료 좀 제발……


일환이 손에 걸린, 벌겋게 물든 손수건이 열렬하게 흡입하고 있는
새벽빛과 핏자국의 무늬와 가난한 일환이의 손마디와 목숨 걸고 갚겠습…… 목에 턱턱 걸려서 기침만 뱉어내는데
살고 싶은 새벽이 더럽게도 맑아서 그만 미안한 마음도 없이 업혀서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내 목숨에 걸린 그이의 등짝이 단단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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