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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형태: 학교 도서관
p. 296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아침이 되면 꿈을잊어버리는 것처럼 한밤중에 뱃고동 소리에 깨어났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아이같은 사람들은 밤안개와 뱃고동 소리를 기억한다. 일상 생활의 가장평범한 순간, 우체국에서 줄을서서 기다릴 대나 점심을 먹을때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젯밤 뱃고동 소리로 잠에서 깨어났어."
그러면 나는 어린 시절 이후 보스포루스의 언덕에서 살았던 수백만 명의 이스탄불 사람과 함께 안개 낀 밤에 같은 꿈을 꾸었다고 느끼곤 했다.
여행이 환상적인 것은 단순히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공간은 공간으로만 기억될 수 없으나
여행에서의 공간은 공간만으로 기억된다.
공간 속의 사람들과 삶들은 기화되고
공간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며
공간 그 자체로 숨을 쉰다.
현실적이지 않은 그것이 공허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공허가 못견디도록 그립기도 하다.
블루 모스크의 미네랍
낡은 계절의 스산함
터키쉬 커피의 어두움
터키의 고양이
보스포루스의 저녁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그리고 보스포루스의 밤과 낮의 경계
보스포루스 해변가에서 마시는 차
터키의 담배
모스크의 현판들
터키의 책들
아야소피아의 빛과 그림자
모스크의 수도
보스포루스와 거리, 그리고 달
그리고 전세계, 그곳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 가슴속에 남아 있는
수천만개의 이스탄불.
p.s 터키에서 만난 고양이 중 한 마리에게 파묵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녀석은 지금도 잘 살고 있을까?
p.s 이 책은 사실 여행기도 아니고 파묵의 어린시절과 이스탄불에 대한 기억에 관한 책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나에게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에 하나 였다.
길 위로 트램이 지나가고 가게들 유리창에는 터키쉬 딜라이트가 있고, 길을 따라 보스포루스 해변에 도착하면
고등어 케밥을 위한 고등어 굽는 냄새가 항구에 진동하는,
항구 한켠에 있는 홍합밥을 사 먹고, 물담배를 피우며 저 먼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아시아의 끝이라는 사실이 끝없이 상기되는 그런 곳,
그 곳이 이스탄불이었다.
불행하게도 책을 읽으며 파묵의 이스탄불과 나의 이스탄불은 합쳐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의 이스탄불만 새록새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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